20~30대 여성 70% “여성 불평등하다”

새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에 부정적 전망

우리 국민들의 성평등 체감도가 다소 개선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양성평등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4490가구의 만 15세 이상 83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 비해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완화됐으나 여성보다 남성이, 또 연령이 높을수록 생계부양책임, 직업의 성별분리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녀 돌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은 2016년 53.8%에서 2021년 17.4%로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돌봄부담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2~3배 더 과중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사회의 남녀 불평등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여성의 65.4%, 남성의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여성이 불평등하다’는 인식은 20~30대 여성이 70% 이상이었지만, 남성의 경우, 청소년의 31.5%, 20대 29.2%만 그렇다고 동의해 여성과 큰 인식차이가 컸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최근 ‘반페미니즘’ 현상과 맞물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젠더 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새 정부 양성평등 정책의 전망과 과제’란 세미나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사회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71%로 지난해 조사 때보다 8%p 상승했고, 특히 20대의 9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젠더갈등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응답자의 52%는 젠더갈등이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고, 27%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62%, 20대 남성 43%가 지금보다 젠더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젠더갈등 인식은 한국사회가 ‘어떤 성별이 살기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39%로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비율보다 10%p 더 높았다. 특히 남성 40%는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답했고, 여성 52%는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답해 성별 간 인식차가 존재했다.

이 같이 성불평등과 젠더갈등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정부가 제대로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 76%는 성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정부가 주요 과제로 추진하는 데 동의하지만, 새 정부가 성평등정책을 못할 것이라는 비율이 48%로, 잘할 것이라는 비율(36%)보다 높았다. 특히 20대 여성의 85%가 새 정부의 양성평등정책에 부정적인 반면, 20대 남성은 26%가 부정적이고, 48%는 긍정적으로 전망해 남녀 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보여준 남녀 편가르기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공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대선 과정에서 갈라진 성별, 계층별, 연령별 갈등을 봉합하고 대통합을 이뤄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특히 심각한 젠더갈등과 성불평등을 완화할 꾸준하고 적극적인 정책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성불평등의 그늘이 여전히 깊고 진하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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