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66)

"따뜻한 차도 드리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작은 수입이 생기면 
좋은 일에도 써보고..."

거의 즉흥적으로 시작된 고호마을 프리마켓. 여러 명의 사공이 한 방향으로 배를 띄워서 
순항을 하기란 쉽지 않음을 처음부터 느꼈다. 
“동네사람들이(동네라야 이제 시작되는 동네이므로 몇 명이서) 안 쓰는 물건도 가지고 나오고, 각자 잘하는 음식도 만들어서 나오고, 자신이 잘 하는 수공예품도 가지고 나와서 즐거운 축제하듯이 놀자~”

그렇게 가볍게 말이 시작됐다.
동네가 새로 생기고는 있어도 거의 외지인이고, 외지인의 특성상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만나는 몇 명 빼고는 교류가 없다보니 누가 사는지도 잘 몰랐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서로 교류 없이 사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서로 안면도 트고,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몇 번의 모임 시도가 있다가 얼마 후 잡음이 나고, 다툼도 생기고, 서로 멀어져서 화목은커녕 더 멀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관계가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자 몇 사람이 함께 하겠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소모임이 형성됐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그림을 그렸는데, 벌써 만 2년을 넘겼다.
우리들은 그림도 많이 늘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서로 안부도 묻고 서로의 그림을 보고 분발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지냈다. 모두가 그림실력이 많이 늘고 자연스레 자주 보면서 정도 들었다. 그냥 모이면 자칫 이야기 방향이 남의 뒷담화나 하다가 결국 사이가 틀어져서 시끄러워진 관계를 그동안 봤는데, 그림을 통해서 만나니 관계가 순화되고, 정이 들고 돈독해졌다. 그림을 통해서 만남이 이어진 것은 신의 한수가 됐다.

그림반에서 우리끼리 축제처럼 ‘프리마켓을 해볼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시작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큰 틀은 프리마켓 해보자였는데 “무엇을, 언제, 어떻게, 누가...”로 들어가니 배가 산으로 가려고 했다. 의견일치가 안 되니 골치가 아파서 우리 중 가장 강력한 의견에 따라서 방향을 잡았더니,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밀어붙였다고 거센 항의가 들어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가야 하는 게 맞기는 한데, ‘그러다가 제대로 가기나 하는가?’ 하며 확 밀어붙인 것은 잘한 거라고 자평한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들의 고호마을 프리마켓. ‘크게, 화려하게, 거창하게, 폼나게’를 추구한 게 아니고 소박하게, 정을 나누며 소풍 간다고 생각하고 시작된 우리들의 축제! 고호마을 2번의 프리마켓은 날씨가 도와줬고, 셀러들도 즐거워해서 즐거운 소풍이 됐다. 그랬더니 또 냉정한 평가자가 평을 더했다.
“셀러도 너무 없고, 물건도 별로 없고, 몇 번하다가 문 닫게 될 터이니 셀러를 더 많이 모으고, 사람도 더 많이 불러들여야 한다”고... 맞는 말이긴 한데 기분이 나빴다.

“참 좋은 시도예요. 힘들더라도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해주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원하는 프리마켓은 나 혼자서도 몇 시간 정도 야외에 나가서 오가는 사람에게 따뜻한 차도 드리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거기에 작은 수입이 생기면 좋은 일에도 써보고... 그런 작은 장터다.
마지막에는 혼자 남을 각오를 하고 있다.(^^) 유기농 귤농부도 혼자 걸어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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