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기고 - 행복한 치유농장 만들기③

"치유농장서 ‘프로그램’ 필수...
농장 방문자에게 자율성을 주고
코로 깊은 호흡을 하게 하고
호젓한 쉼터를 제공하자~"

▲ 김유정 농촌진흥청 치유농업 민간전문가, 이학박사․농화학기술사

한 농장주가 질문했다. “도시에서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사람들에게 농장에서 쉬고 가도록 하는 것이 치유 아닌가요? 굳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나요?” “프로그램 효과 검증하는 절차가 방문객들에게 번거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는 안과 밖이 있다. 먼저 프로그램 안을 들여다보자. 치유농업이 기존의 단순체험과 비교되는 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대상자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개선효과를 정량적·정성적 평가지표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치유프로그램은 농촌교육농장이나 체험농장의 기존 프로그램을 치유프로그램으로 전환한 것이 대다수이며, 비장애인 중심의 예방형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참가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심리적 기능 강화 등을 검증할 수 있고, 담당공무원이 사회서비스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반자료가 될 수 있다.

다음은 치유 프로그램의 밖을 생각해보자. 치유 대상자가 프로그램 참여 후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해서 근본적인 상태가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의 적정성과 평가, 중독·우울증과 같은 인간의 정신적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생물의학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있고, 이는 정신장애의 경우 복잡한 개별경험으로 기인하므로 이를 단순한 접근으로 다뤄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치유 서비스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기분 좋고, 편안함을 느껴서 다시 오고 싶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농장에서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 현대인들은 감시와 통제 속에 살고 있으며,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감정 표현도 쉽지 않다. 이를 억누르고, 나름의 방법으로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가고 있다. 치유농장을 찾는 어떤 사람은 그냥 자유롭게 쉬고 싶을 것이다. 농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받을 때 사람들은 자기만족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고, 스스로 시간·공간을 통제하는 느낌은 자기가 잘 살고 있다는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둘째, 시원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게 한다. 집중해서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때 코로 숨 쉬었을 때, 뇌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연구팀이 성인 4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코로만 숨 쉬게 하고, 또 다른 한 그룹은 입과 코를 이용해 숨 쉬게 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코로만 숨 쉬면 다른 자극은 차단되고 후각이 더 활성화되는데, 후각기능은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평소에 코 호흡을 통해 후각세포를 꾸준히 자극하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 등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셋째, 쉼터를 만들어 보자. 호젓한 장소는 안도감과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농장 내에 공간적 여유가 있다면 숨거나,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다.
숲이나 시골길을 걷는 것이 왜 그렇게 편안하고 회복력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 부족하다. 치유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개인적인 만족도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치유프로그램의 객관화와 치유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긍정적 감정을 극대화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그 위에 프로그램을 녹여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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