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약 500만에서 1억 종에 달하는 생명체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이 생물다양성을 이용해 의식주는 물론 의약품이나 산업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조제되는 의약품의 약 25%가 식물체에서 추출된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3000종 이상의 항생제가 미생물에서 얻어지고 있다고 한다. 

생태계에는 서로 경쟁과 공생의 관계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하면서 함께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共進化)라고 한다. 산짐승이 산삼의 씨를 먹고 산삼의 번식을 도와주는 것이나, 꽃과 곤충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하면서 함께 진화해 온 것이 그 예라 하겠다. 미국 작가 마이클 폴란이 쓴 ‘욕망하는 식물’이란 책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식물이 바로 사과와 튤립, 대마초, 감자다. 사과는 달콤함이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면서 전 세계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다. 사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하나의 꿀벌과 같은 존재였다. 다음은 아름다움의 욕망인 튤립이다. 17세기 네덜란드는 한때 튤립 파동으로 희귀종 튤립 알뿌리 하나가 집 한 채 값을 호가했다고 한다. 튤립 변종의 화려한 색상 덕분에 널리 번식할 수 있었다. 셋째 인간의 도취성을 무기 삼은 대마초다.

대마초는 옷감을 얻기 위해 재배했지만 환각성을 위한 또 다른 식물이 돼 버렸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지배적 욕망이 된 감자 이야기는 유전자 조작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사과, 튤립, 대마, 감자가 단순히 인간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길들여진’ 식물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식물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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