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반세기 후 주요과일 생산 힘들어

기후변화 대응한 품종․재배기술 개발 서둘러야

올봄 전국적인 ‘꿀벌 실종’ 현상으로 농업계가 비상이다. 폐사한 꿀벌이 무려 78억 마리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꿀벌이 사라지거나 폐사한 요인은 복합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기후온난화로 인해 기상환경이 불규칙해진 것이 주된 원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꿀벌은 화분매개를 통해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다. 그런 꿀벌이 사라지면서 농산물 생산량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화분매개가 일어나지 않으면 종자나 과실을 만들어지지 않고, 이를 먹이로 하는 동물도 영향을 받아 먹이사슬이 깨지게 된다. 산업발전이 가져온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온난화로, 그리고 이상기상으로 이어져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온난화의 영향은 작물 재배지도도 바꿔놓고 있다. 한반도 기후가 과거에 비해 따뜻해지면서 과거 중남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던 사과가 이젠 경기 북부와 강원지역에서도 재배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우리나라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자료에 의하면, 기후온난화가 지속되고 현재의 주 재배품종과 재배양식 등을 유지했을 경우, 약 50년 후면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배도 2050년대부터 재배 가능 면적이 줄어들다가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제주도와 일부 남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감귤은 재배한계선이 북상해 강원도 해안지역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은 급속한 사회 발전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를 예측한 2020년에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를 토대로 예측한 것이어서 100% 실현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뭄과 폭우, 한파, 폭염 등 이상기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금의 지구촌을 보면 기후온난화의 경고를 전혀 무시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SSP5-8.5에 따르면, 2081~2100년 사이에 한반도 연평균기온이 7.0℃ 상승하고, 현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아열대기후대는 2030년대 18.2%, 2050년대에는 55.9%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이 재배되는 품종의 재배가능지역 감소와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작물 재배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실가스를 줄여 기온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급격한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전 세계적인 화두인 탄소중립도 이 같은 위기에서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인류의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기후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에 가장 큰 위협이다.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시나리오를 반영한 기후 적응형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육종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보통 10~20년 걸리던 신품종 육성·보급 기간이 많이 단축됐다고는 하지만 더 많은 투자와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래먹거리 확보는 단순히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식량안보의 차원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경고를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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