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탄소중립 이렇게 실천합니다 : 폐철사의 재발견

좋아은경 작가는 서울에서 폐철사를 소재로 환경운동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활동을 한다. 어릴 적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을 알게 됐는데, 모친의 성씨도 그의 할아버지인 부계성씨를 따른 성이어서 이름에 붙는 성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류시화 시인의 수필집에 실린 ‘예쓰, 시화’를 읽고 감명 받아 ‘좋아’라는 예명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라고 부를 때마다 삶이 긍정적으로 감화하는 변화를 경험한다고 했다.

▲ 시금치, 열무 등을 묶는 단철사로 ‘Who are we(스마트폰 안 보는 한 명을 찾아보자는 의미)’ 작품을 만든 좋아은경씨.

폐철사 이용해 환경보호 메시지 전달
스프링 없는 달력 제작해 기업에 홍보

폐철사 구부려 창작
“작품 소재로 철사를 사용하게 된 건 달력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달력을 고정시키는 스프링을 원칙적으로는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몰라 일상에서 잘 지키지 않고 있어요.”
좋아씨는 달력에 동그랗게 감긴 철이 새의 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제본된 철을 풀어서 새를 형상화했더니 스승에게서 “재료 최소화, 조립과 해체, 재활용, 생태회복, 계몽 등의 핵심문제들에 일격, 충격적 발상”이라는 호평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좋아씨는 철사를 직접 구부려 손, 모빌 등 형태를 만들고, 환경문제에 관한 의미있는 메시지를 영어 필기체, 라틴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글자화했다. 아쉽게도 한글은 이어지는 표현이 어려운 형태라서 외국어를 채택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2018년 여름에 폭염이 극심했어요. 그해에 직접 체감한 기후위기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예술인들의 활동기회도 어려워지면서, 스스로 작업 동기를 부여하고자 매주 페이스북에 ‘나무 읽는 목요일’ 프로젝트를 통해 나무와 숲을 주제로 글귀를 철사로 옮겨 쓴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농산물 포장재 줄여야
작품에 사용하는 철사는 주로 우리네 일상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철사들이다. 빵끈도 있고, 김장시즌에 많이 버려지는 단철사, 전기수리원으로 일하는 지인이 모아준 철사 등 다양하다. 지인들은 폐철사를 모으면서 뿌듯하면서도 “이렇게나 많이 쓰고 있었다니…”하고 깨달으며 작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용도별로 지퍼백에 모은 폐철사들은 좋아씨 작업실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중에는 시금치단을 묶는 철사도 있어요. 옛날에는 시금치를 지푸라기로 묶어 판매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았고, 지금처럼 소포장해서 팔지도 않았어요. 시금치를 철사로 묶어 판매하면 깨끗하고 안전해보이지만 사실 시금치를 묶은 철사를 보면 종이가 철사를 감싸서 철사는 따로 코팅을 하지 않아요. 시금치가 물을 머금고 있어서 철사가 쉽게 녹슬어요.”
그는 태국에서는 제로웨이스트운동이 전개되면서 생산자가 바나나를 비닐이 아닌 옛날 방식대로 바나나잎을 사용한다고 했다. 생산자가 자원을 사용함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갖고 점검해봐야 되는 부분이라고 좋아씨는 강조했다.
“대파도 종이철사로 묶고 비닐에 한 번 더 포장하는데, 이중 포장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쉽게 버려지는 자원을 안 쓰고 안 만들면 환경은 개선되는데, 사람들이 재활용에는 관심을 집중해도, 애초에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불편하다며 외면하고 있어요.”

▲ 환경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는 폐철사를 통해 입체화되며 작품이 되고 있다.

누구나 실천하는 환경운동에 초점
좋아씨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했다.
“나한테서 많이 나오는 쓰레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자신의 생활을 점검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해결책을 알아보면서 미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개인전은 사람들이 쉽게 생활 소품으로 접하는 철사를 소재로 관람객 눈높이에 맞춰 아래쪽에 걸어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고 했다. 그의 전시를 본 관람객 중에서는 나중에 아기를 낳고 육아에서 환경호르몬 걱정으로 좋아씨에게 연락하기도 한다고.
최근 좋아씨는 달력 제작부터 스프링을 최소화해 종이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찾다가, 스프링 없이 접거나 세워서 사용하는 ‘더 편한 달력’을 제작했다. 
“달력을 제작하는 기업과 배포하는 관공서에서 철제본을 하지 않은 달력을 연말연초에 대중에게 자연스레 보급하는 미래가 오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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