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선진국인가 아닌가를 알려면 그 나라의 농촌을 가보라고 말한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인구 1200만의 대도시지만 빈부 격차가 심각해 전체인구의 40%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시내를 벗어나 농촌마을을 가보면 생활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오랫동안 ODA(공적원조) 사업에 참여하면서 ‘왜 이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력만 하면 충분히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가난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가 지리적 환경이 빈부의 격차를 벌려 놓고 있다. 온대지방은 풍부한 자원, 비옥한 땅, 높은 생산성을 가진 반면, 열대지방은 토양이 척박하고 물 부족, 기술 부족 등으로 농업 생산성이 떨어진다. 또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환경에서 기생충, 바이러스 등이 급속히 확산되고, 이는 영양부족인 아동들에게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정치제도의 문제다. 같은 환경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경제력이나 삶의 질을 비교해 보면, 정치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저개발국가의 대부분은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우월함을 알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고 독재정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희망도 잃고 가난 속에 살아가는 개도국 농촌주민들의 삶을 보면서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란 자긍심,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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