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포커스-여성가족부 폐지, 대안은…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본인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게재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7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7자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윤 당선인은 이어 2월15일 페이스북에 10대 핵심공약 중 일곱 번째에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여성가족부 폐지’에 포함시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이후에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여가부 폐지를 두고 여성단체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더 강력한 성평등정책 전담 부처 마련을 촉구했다. 여가부 정영애 장관도 페이스북에 “다음 정부에서도 성평등 담당하는 부처가 돌봄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폐지가 아닌 기능이 오히려 확대돼야 한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조직법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를 두고 기류변화도 감지됐다. 인수위 김은혜 대변인은 지난 1일 “여성의 인권 존중과 안전은 정부가 지켜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폐지가 아니라 기능을 재편하든 아니면 체제를 다시 정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인수위가 여가부 폐지에서 가칭 미래가족부로 새로운 부처를 신설해 재편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이 확고한 폐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새로운 부처로 신설 확대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에 여가부 탄생을 주도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 5일 국회에서 폐지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허명 회장은 “아직도 갈 길이 먼 대한민국의 여성 권익향강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문제, OECD 최하위 성별 임금격차, 코로나19로 여성의존도가 심화된 돌봄문제 등의 극복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발전적 방향으로 수선되고 개편돼야 한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피력했다.

1998년 여성특위 이미 경험…효과성 떨어져
복지부로 이관 시 여가부 정책 곁다리로 밀릴 가능성 커
인수위, ‘미래가족부’ 신설로 선회 관측도
폐지 대신 양성평등·돌봄 총괄부처로 거듭나야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본인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게재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셌다.

복지부 예산 1/43의 초미니부처 한계 분명
발제에 나선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홍성걸 교수는 기획조정실·청소년가족정책실 2실과 여성정책국·권익증진국 2국에 예산이 1조4650억 원으로 보건복지부 예산의 약 1/43에 불과한 초미니부처의 여가부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예산 중 가족관련 9063억 원, 청소년 2716억 원 순이고, 여성권익 증진 1352억 원, 성평등 1055억 원에 불과하다”며 “여가부가 유관기관과 여성관련 이익집단을 먹여 살린다거나 일부 여성인사의 정계 또는 장·차관 자리 확보에 매몰돼 있고, 무엇보다 소극적 여성정책에서 적극적 양성평등 정책으로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폐지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바람직한 여가부의 미래에 대해 홍 교수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거나 대통령실 민관협력위원회 중 하나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중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시 모든 부처는 양성평등 원칙 아래 소관정책에 관해 사전 검토 후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양성평등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면 수정을 요구하고 정부평가 때 이를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폐지 의견에 동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노동부 내 여성국이 성별임금격차, 법무부 내 여성폭력방지국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프랑스는 총리직속의 양성평등 형태의 조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직속의 성평등위원회를 둬 부처마다 양성평등담당관이 업무를 맡고, 고용노동부의 여성정책과, 경찰청의 여성안전기획관, 법무부의 피해자지원국에서 여가부 기능을 수행하면 되며, 차선책으로 미래가족부 신설을 고민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폐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더 높아진 청년여성 자살률 문제와 인구정책과 아동학대 방지 등의 해결을 위해선 보다 두툼한 가족지원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타부처 사무 이관받아 신설부처가 정답
반면 폐지에 대해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힌 의견도 있었다.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차인순 前수석전문위원은 “위원회로 격하하거나 기능 분리에 반대하고 오히려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인수위가 위원회 축소를 천명했는데 새로운 위원회 설치는 모순인데다 정부조직법에도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1998년 여성특위를 설치했던 것에 비춰봤을 때 효과성 검증이 끝난 문제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저출생·아동청소년·가족·경력단절예방·양성평등 정책은 함께 해야 시너지가 나고, 보건복지부 이관은 이미 업무가 비대화돼 여가부가 맡았던 정책들은 곁다리 업무로 소홀해져 정책수혜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 전담부처 신설에 동의한다는 차 前위원은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국무조정실의 청년정책, 복지부의 보육·아동·노인·출산 정책 등을 이관받아 양성평등가족청년부 또는 가족청년양성평등부로 기능을 확대한 조직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이복실 前차관은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폐지논란이 촉발됐고, 무엇보다 여가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장관인사 문제를 조직전체로 확대하는 건 문제가 있고,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인식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예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남성이 추가 채용되는 경우가 더 많고, 일·가족 양립을 위한 정책과 양육비 이행확보 등은 남성도 수혜를 많이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개편방향에 대해 이 前차관은 “타부처로 여가부 업무를 흡수시키면 소외될 우려가 있고, 아동·청소년·가족정책은 일원화된 체계로 구축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실질적 양성평등을 위해 남성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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