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주부 이여사의 농담식담(農談食談)

친정이 농촌인 서울에 거주하는 도시주부 이지현씨는 14년간 워킹맘이었다가 1년 반 전에 퇴사한 한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이고, 살림에 서툰 초보 전업주부입니다. 우리 농업․농촌과 먹거리에 대해 평소 느꼈던 점을 도시주부의 시선을 통해 솔직히 풀어내 농촌거주 독자들에게 소소한 공감과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흔한 것들이 갖고 있는 
빛나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나이가 됐다."

어느 봄날이었다. 시골 친정에 내려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있는데, 봄은 봄인지라 풀들이 뾰족뾰족 자라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향이 좋았다. 집 앞에 지천으로 나있었다. 

“그게 개똥쑥이야.”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이게 그 유명한 개똥쑥이라고? 습기 가득한 응달에 납작납작한 잎들이 번져있다. 엄마가 한숨을 쉬며, 이게 너무 많이 번져서 다 뽑아야 한다고 하신다. 
“이게 병풀인데..” 
“병풀이라고? 이게 바로 그 병풀이라고? 엄마, 그러면 어성초도 알아?”
“어성초? 그거 물고기 비린내가 풀에서 난다고.. 물고기 어(魚)를 써서 어성초라던데...” 

나는 개똥쑥 스킨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게 된 2년 전부터 화장품업계에 ‘진정’이라는 단어와 ‘비건(채식주의)’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쓰다 보니 얼굴에 피부 트러블이 자꾸 올라오게 되기 때문이었다. ‘진정’과 ‘비건’의 시대에 발맞춰 진정에 효과를 보이는 식물성 화장품을 너나할 것 없이 선호하게 됐다. 그래서 2~3년 전부터 지금까지 기초화장품 판을 뒤흔든 세 가지 식물 원료가 있었는데, 개똥쑥, 병풀(마데카소사이드), 어성초였다. 

피부 진정에 유독 좋은 효과를 보였기에 입소문이 절로 났다. 그리고 병풀 성분이 들었다던가, 어성초 또는 개똥쑥 성분이 들었다고 하면 스킨케어에 관심 있는 여성들이 일단 믿고 구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화장대에도 개똥쑥 스킨이 있고 병풀 성분이 든 크림이 있고, 어성초 성분이 든 에센스가 있다. 
개똥쑥과 병풀, 어성초 같은 경우에는 화장품에 좀 관심이 있다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신비의 약초다. 뭔가 경외의 대상이라고 해야 하나. 어디서 이렇게 귀한 약초가 나와서 내 뾰루지를 가라앉히나 싶고, 너무 위대한 것이다. 그리고 화장품 판매하는 글에도 어마어마한 효능을 가진 신비의 약초같이 표기돼 있다. 

아니, 그 개똥쑥이, 병풀이... 친정 앞마당에서 발에 밟히는 풀이라니. 깊은 산속 바위틈에서 자랄 줄 알았는데... 이 귀한 것들을, 엄마는 다 뽑아 버리겠다고? 그리고 그 신비의 약초가 이렇게 흔하다고? 
엄마가 한마디 덧붙인다. “몸에는 아주 좋다고는 하더라...”

가만 생각해보니 화장품에서 효능을 보이는 원료들의 다수가 식물의 주요성분에서 온다. 내가 도시에 살아서 감이 없는 거지, 알고 보면 자연에서 자라는 다수의 식물과 다수의 식재료가 화장품의 원료가 된다. 오이를 얇게 썰어서 얼굴에 붙이고, 엄마와 감자팩을 얼굴에 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건’이 멀리 있지 않다. 

자연주의라고 하면 뭔가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비건이라고 하면 요즘 트렌드인거 같고, 병풀이라고 하면 내 피부를 낫게 하는 비싸고 귀한 식물 같지만, 친정 앞마당에서 번지는 들풀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괜히 없어 보이게 느껴진다. 나의 간사한 마음이겠거니 싶다. 

가까이에 함께 자라는 흔한 것들이 갖고 있는 빛나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나이가 됐다. 여기에서 중요했던 건 그 흔한 들풀의 성분과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아니었을까?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