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 김재수의 기승전農

"대통령 당선인은 농업을 국가안보,
미래가치, 일자리, 공익적 기능의
핵심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다.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국내외에 산적한 현안들을 잘 해결해 성공적인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보수와 진보, 정당과 이념, 편 가르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너무나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선거를 제대로 관리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소쿠리 선거’로 국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비단 선거뿐 아니라 지난 5년간 외교, 안보,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가 정상이 아니었다.

새 정부는 지난 세월의 실패를 교훈삼아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적 시장질서, 그리고 법치주의를 확고히 확립해야 한다.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아 정상화시키되 고질적인 병폐나 구조적인 부조리는 과감히 근절해야 한다.

지금은 디지털시대, 탄소중립시대, 글로벌 자유무역협정시대다. 농업분야도 가까이 와 있는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응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에도 대비해야 한다.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곡물시장 변화나 자유무역협정 등 글로벌 이슈는 큰 영향을 미친다. 먹거리 시장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그러질 않는가. 그렇기에 먹거리 시장이 조금이라도 불안하거나 위기가 와서는 안 된다. 학자나 전문가들도 고담준론에 머물지 말아야 하고, 정부 당국자들도 현장 실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농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미래성장산업”이라던 윤석열 당선인의 언급이나 공약사항도 기억한다.

그러나 농업분야 인사가 인수위원에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농업 경시’나 ‘농업 패싱’이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 전문위원이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230만 농민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농업을 국가안보, 미래가치, 일자리, 공익적 기능을 가진 핵심산업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나라가 안정된 것은 식품 공급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도 국가를 잘 이끌어나가며 농업을 발전시킨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초대수상인 밴 구리온의 보좌관으로 들어가 정부 여러 부처 장관을 거쳐 대통령까지 역임했다. 그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까지 매달려 쓴 책이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이다.

미래와 열정과 혁신을 강조한 이 책에서 그는 “농업은 95%가 과학과 기술이고 5%가 노동이다”라고 강조했다. 매우 감동적이다. 격변기에 처한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며 프랑스, 영국 등 강대국의 배신에 대처하는 그의 외교력과 경제 역량을 배워야 한다. 그가 국방장관 재임 시 성공시킨 ‘엔테베’ 작전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초대 수상인 밴 구리온은 수상직을 마치고 사막으로 돌아갔다. 공동체인 키부츠(Sde Boker)로 돌아가 일생을 마친 구리온은 “수상은 아무나 할 수 있어도 농사는 아무나 지을 수 없다”며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지만 “우리가 사막을 지배하지 못하면 사막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말로 사막 개척을 강조했다. 불굴의 정신으로 사막에 강을 내고 해수를 담수로 바꾸며 수많은 농업기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과 유사한 점이 많다. 수천 년 동안 외세로부터 고통을 당하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1948년 8월15일 수립됐고, 이스라엘은 그해 5월14일 독립했다. 자연환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열악하다. 그러나 특유의 정신인 ‘후츠파 정신’과 투철한 국가관, 애국심으로 나라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힘들고 어렵다. 국정 전반의 산적한 과제를 대통령 혼자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같은 지도력과 국가관을 가지면 헤쳐 나갈 수 있다. 전쟁과 평화를 동시에 대비한 시몬 페레스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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