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주부 이여사의 농담식담(農談食談)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잘 회복되는 밤이 되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PCR검사 받으러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10억 광년은 족히 떨어진 다른 은하의 별에 가는 것만큼이나 멀고도 험하게 느껴졌다. 확진자의 동거인이기에 선별진료소로 가서 PCR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래도 백신 2차까지 맞았으니,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열이 나고 있었다. 39.3℃였다.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옷깃만 스쳐도 걸린다는데, 줄 서면서 누군가에게 옮기는 건 아닐까? ‘나는 열이 납니다. 나를 제발 피하시오’라고 선별진료소에 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일일이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누가 봐도 우스꽝스럽게 해열패치를 이마 붙이고 나왔다.

그리고 오후가 사람이 덜 몰린다는 조언에 확진된 애를 남편에게 맡기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다행히 해열시트는 좋은 선택이었다. 사람들이 다소 경계의 눈으로 쳐다봤다. 줄 서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그제야 나의 기저질환이 생각났다. 나는 통증이 오면 바로 서지를 못한다. 직립 보행을 못하고 구부정하게 몸을 굽히거나, 벽 같은 데에 기대야 한다. 바닥에 앉아야 한다. 체온 39.3℃가 문제가 아니었다. 줄 서서 PCR검사를 받을 때까지 몸이 버틸 수 있을까? 정신줄을 굳게 붙잡았다. 버티며 한 걸음씩 옮겼다.

더 짜증나는 건, 누군가는 가족이 확진되고, 혹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서 PCR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와서 이 광경을 찍어가더라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영상도, 사진도 찍어가는데, 긴 줄이야 말로 진풍경이긴 하겠지만 이건 상식도 아니고 매너도 아니다 싶었다. 아픈 몸으로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절대 아니다. 여기 PCR검사 대기자들은 왜 이렇게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고생을 하는가. 이건 이 시절에, 내가 아닌 ‘네가’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확인하고 격리하고, 집에서 치료받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예의 없이 동영상에 담는 너는 그래도 이 바이러스에는 감염되지 않으면 좋겠구나. 이건 진심이었다.

1시간30분을 가다서다 하다 보니 드디어 공영주차장 PCR검사장 입구에 들어왔다. 롤러코스터 대기하는 곳처럼 대기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옆에 있는 안내문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여기서부터 2시간 소요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나는 주저앉았다. 맥이 풀리기도 했고,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기어가다시피 줄을 간신히 따라갔다. 내 정신도, 해열패치를 붙인 내 모습도 정상이 아니었다. 신분증을 검사하는 곳에서 나를 약자 전용 라인으로 가게 해주셨다. 덕분에 2시간을 기다리지 않았다. 같이 기다리신 분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그날 새벽 2시, 확진문자를 받았다. 지나면서 크게 알게 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겪은 코로나19는 기저질환자에게 쥐약이라는 것이다. 나는 코로나와 싸우는 며칠 동안은 기저질환이 크게 악화돼 심각한 수준의 통증을 겪었다. 또 한 가지는 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 조심하며, 치료하며, 아파하며,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며, 이 시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 2년이 꼬박 되는 이 시간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오늘 밤 코로나19로 고통 중에 있는 모든 분들이 잘 회복되는 밤이 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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