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릴 적 가난과 배고픔의 설움을 체험했던 보릿고개 세대다. 지금 나는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그것도 영양과 맛을 따지면서 말이다. 주변에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식품의 소중함도 모른 채 내가 먹는 밥, 빵,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조차 잊고 산다.

호주의 저명한 작가 줄리안 크립이 발간한 ‘FOOD OR WAR’란 책은 ‘식량결핍이 우리를 전쟁으로 이끌었다’는 명제로 시작한다. 인류역사에서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이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은 47%,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코로나19나 전쟁 등 위기가 닥치면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민심이 혼란에 빠지고 식량위기를 맞는다. 돈으로 살수 없는 식량, 그것은 바로 무기가 되고, 식량 쟁탈전은 전쟁으로 연결된다. 구 소련시절 우크라이나의 대기근은 식량 무기화의 결과로 국민 7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다보스포럼의 2020 글로벌 5대 리스크는 극심한 기상이변,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태다양성 소실, 인공 자연재해 등을 꼽았다. 이 모두가 식량문제로 연결되는 리스크다.

지난 대선후보 TV토론회시 ‘식량안보’ 공약을 두고 후보 간 토론하는 것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리고 이제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농업 없는 식량 없다(No Farm, No Food)’라는 말처럼 농업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식하고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발전시키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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