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농업인 창업 스토리- 전북 ‘익산 낭산 진짜 고구마빵’ 황규선 대표

▲ 과수화상병으로 농장을 매몰한 후 고구마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황규선 대표

사과나무 매몰 농장에 고구마 심어 전화위복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고구마빵 개발·상품화 성공
지역농산물 사용한 익산 대표 농산가공품으로 우뚝

“고구마처럼 생긴 빵이 아니라 진짜 고구마로 만든 빵이죠.”
강원도 감자빵처럼 전북 익산에는 고구마빵이 있다. 고구마랑 똑같이 생긴 모양이 재미있거니와 부담 없는 가격에 고구마의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 찹쌀빵의 쫄깃함을 즐길 수 있어 인기만점이다. ‘익산 낭산 진짜 고구마빵’이란 특허의 고구마빵을 만드는 황규선 대표는 역경을 희망으로 만든 전화위복 인생 스토리로 주인공이기도 해서 요즘같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용기와 도전 정신을 전해주고 있다.

황규선 대표는 전북 익산시 낭산면에서 1만2000평(3만9600㎡) 규모 사과농사를 30여 년간 해온 여성농업인이다. 지난 2020년 6월 초, 전북 최초로 과수화상병이 황 대표의 농장에 발생해 1만2000그루의 나무를 모두 매몰해야 하는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자식같이 애지중지 키우던 나무들을 파묻던 심정이야말로 다 할 수 없지만 날마다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사과나무는 물론 농장의 매실, 자두 등 기주식물까지 모두 묻고, 오롯이 감나무만이 울타리처럼 서 있어 그나마 위안이었죠.”

황 대표는 나무를 베어낸 농장 터에 무작정 고구마를 심었고, 여유로워진 시간엔 익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나름대로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운명처럼 농산물가공 교육 중에 고구마빵을 만났어요. 바로 이거다 싶어서 소름이 끼쳤죠. 고구마는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처럼 먹을 수 있는 작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공제품으로 다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여겼죠.”

사실 황규선 대표는 사과농장을 할 때도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사과의 80% 이상을 소비자와 직거래로 판매한 경험이 있다. 음식에도 조예가 깊어 생산한 농산물로 사과간장 등의 소스류를 만들어 체험객에게 판매했다.

“문제는 제품이었어요. 전국을 돌며 비슷한 종류의 빵을 먹어보며 고구마빵의 크기와 맛, 모양 등을 연구했어요.”

▲ 황 대표가 생산하는 ‘익산 낭산 진짜 고구마빵’

황 대표는 누구나 부담 없이 먹기 좋게 60g의 무게와 크기, 진짜 고구마 소를 익산 찹쌀로 반죽해 감싸고 자색고구마 분말로 고구마 색과 모양을 낸 ‘익산 낭산 진짜 고구마빵’을 탄생시켰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춰 우리 국민 모두, 남녀노소 먹을 수 있는 국민간식을 만들고 싶었는데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라 원가 절감이 가능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죠.”

익산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도 컸다. 농가에선 즉석판매업 허가로 직거래 판매는 가능하지만 온라인거래나 대량 판매는 힘들다. 해썹(HACCP)인증을 갖춘 농산물종합가공센터의 시설에서 제품을 만들어 복잡한 인증절차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사막에서 우물을 파주는 역할을 농업기술센터에서 해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농가에서 시설을 갖추고 제품을 만들려면 부담이 되는데 가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제품 개발과 생산은 물론 판매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센터에서는 품목 제조보고, 자가품질검사, 포장재 식품표기사항 등 식품위생법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농업인들이 각자 생산한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가공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 황 대표는 빵 주문이 늘면서 마을주민 3명을 상시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오는 4월엔 해썹 생산시설을 직접 갖추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진짜 고구마빵이란 자부심이 큽니다. 또 소비자와의 처음 쌓은 신뢰를 잊지 않도록 하려고 해요.”

지금도 체인점 등의 문의가 오고 있지만 거절하는 이유란다. 고구마빵의 판매는 이곳 낭산의 판매장과 익산의 로컬푸드직매장, 온라인 익산몰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으며 아이들 간식뿐 아니라 승진 인사 등의 축하 선물, 답례품, 환자 병문안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어려운 시기지만 희망과 용기를 잊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 때 도움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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