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은 쌀의 수확량이 필요량보다 3% 이상 많거나,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의 판단에 따라 ‘쌀 시장격리’를 권장하고 있다. 쌀을 시장에서 빼내 양을 조절해 가격하락을 막음으로써 쌀 자원의 확보와 농민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임의규정이 아닌 강제규정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그러나 쌀의 시장격리는 농민의 입장과 반대로 정부의 쌀 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농민과 관련단체의 지적이다. 가장 낮은 희망수매가를 제시한 농가의 쌀을 우선 수매하고, 예정입찰가 이하로 낙찰하는 ‘역공매 입찰방식’ 이다보니 결국은 쌀값 하락을 더 부추기는 제도라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쌀 수확기보다 한참 늦은 12월에서야 수매하는 바람에 쌀값을 지킨다는 제도의 목적을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정부의 양곡수매는 더 싼값에 양곡을 수매하는, 더도 덜도 아닌 철저한 시장원리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는 남아도는 양곡을 수매해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여준다는데 심각성이 크다. 
눈앞에 쌓인 부담스런 곡식들을 정부의 창고로 치워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책은 멈춰야 한다. 올해는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양곡수매의 ‘시장격리 제도’로 바로잡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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