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대선공약이 대동소이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농촌여성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약이 애초 취지대로
실천되는지 치밀하게 살펴봐야...

표만을 위한 공약이 아닌
진정한 농촌여성들의 삶에
관심․애정이 얼마나 담겼는지가
당선 이후의 향후 농업·농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딱 10일 남았다. 세 차례에 걸친 대선후보 토론회를 통해 국민들은 열띤 공약 홍보와 날선 공방을 보았다. 대선 TV토론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들이 국가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는 장이 아니었다. 정책적 대결이 아닌 상대를 비방하거나 무시하는 부정적인 토론이었기에 그렇다. 대통령 후보다운 격조 높은 수준과 품격을 갖춘 토론을 기대했지만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다만 대한민국의 현명한 유권자들이 나름의 올바른 판단과 기준으로 투표에 임할 것을 믿을 뿐이다. 이미 국민들은 어떤 대통령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국민들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남 순천의 여든이 넘은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그린 그림을 모은 책이 출판됐다. 책 이름이 아주 독특하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다. 난생처음 익힌 또박또박 쓴 글자와 소박한 문장으로 한평생 진솔하게 살아온 삶을 표현했다. 그림 또한 아주 밝은 색감으로, 등장인물들의 다감한 표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이 그림책에는 어렸을 때 농촌에서 나고 자란 여성들이 느꼈던 서러우면서도 보람 있었던 삶을 회고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난과 전쟁 때문에 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던 못 배운 한(恨), 그럼에도 불우한 환경을 이겨낸 내용이 공통점이다. 본인들이 처한 열악한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정직하게 사람을 아끼면서 살았던 인생사 그대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열악하던 시절에 태어나 온갖 험한 고생을 겪었음에도 할머니들은 지금이 행복하다며 고난을 헤쳐 온 자신들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 환경이나 남을 전혀 탓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묵묵하게 살아온 이 할머니들의 자세와 삶의 철학에 존경심이 절로 나온다.

이제는 할머니 세대들이 살았던 어두운 농촌여성의 삶이 더 이상 남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후보들이 농촌과 농업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농업 예산 5% 확보와 공익직불금 5조 원 지급을 농정공약으로 내세웠다. 말로 내세운 공약은 대동소이하지만 문제는 누가 어떻게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토론에 실망하고 분노하더라도 대통령이 누가될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농촌여성의 입장에서도 대통령 선거는 그들의 삶의 방향이 최소한 5년 동안 결정되는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겨 포기하는 것과 같다. 

언론에서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각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여론조사에 휘둘리지 말고 각 후보의 공약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공약이 대동소이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농촌여성들의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공약이 애초의 취지대로 실천이 되는지 치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표만을 위한 공약이 아닌 진정한 농촌여성들의 삶에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담겨있는지가 당선 이후의 향후 농업·농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뿌리는 농촌이고 모든 농촌여성들은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다. 선배 세대의 농촌여성들이 험난한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왔듯이 지금 우리 농촌여성들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치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다. 우리가 정치인에 분노하면서도 성실하고 현명한 농촌여성들이 있기에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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