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봅시다 – 다기능농업연구소 박상식 대표

다기능농업은 농업의 다양한 외부효과를 활용해 농업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연경관, 역사문화 같은 외부효과 증진은 물론 치유, 돌봄,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해 농가 소득 창출을 도모한다. 다기능농업으로 사회, 경제, 환경의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농업의 혁신적 발전이 이어질 때 모두가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박상식 대표는 강조했다.

▲ 다기능농업연구소 박상식 대표는 농촌여성들이 치유농업을 이끌어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치유농업은 다양한 서비스 연계로 농업·농촌에 기회의 장
풍부한 농촌자원을 농장에 맞게 재구성하고 차별화해야

치유농업에 청년여성 몰려
박상식 대표는 서울대에서 농학을 전공했다. 다기능농업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전국의 6차산업을 운영하는 농가 360곳을 육성하고, 농산업분야의 전문위원, 강사,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치유농업이 왜 중요하냐면 서비스 농업이기 때문이에요. 생산 중심의 농업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농기계를 사용하니까 남성 중심이 되기 쉬워요. 농업에 치유를 접목하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도시에서 상담심리학이나 간호학을 전공한 도시민들도 자신의 전공을 살리려 귀농귀촌의 물꼬가 트일 겁니다.”
특히 올해 처음 치유농업사 2급이 국가자격증으로 되면서 청년 여성들을 농촌에 유입시키는 마중물이 됐다는 게 박 대표의 평가다.

그동안 농업의 6차산업화는 도농교류촉진법에 의거해 체험농장, 교육농장으로 인증을 받으면 농업인이 농어촌체험지도자, 마을해설사 등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었지만 국가 자격증은 아니었다. 생산 중심 농업은 도시 청년 유입에 한계가 있는데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3월25일부터 시행되면서 이들이 준비하고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올해 1월8일 시행된 치유농업사 2급 자격시험 응시생들을 보면 놀랍게도 40명 중 19명의 최종학력이 석·박사였어요. 훌륭한 인재들이 농촌행을 희망하는 현상은 농촌이 기회의 땅으로서 역동적인 변화를 꾀한다고 봐야죠.”

공간 구성과 청결 유지가 관건
박 대표는 변화하는 농촌환경에 발맞춰 농업인들도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그가 컨설팅했던 6차산업 농가 360곳이 앞으로도 건재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했다. 
“요즘 치유농장은 여기가 체험농장인지 교육농장인지 헷갈립니다. 고용 중심의 체험농장, 치유 중심의 체험농장으로 성격이 나뉘기도 하죠.”

그러면서 치유농업에 여성이 접근하려면 농촌의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치유에 녹여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힐링 되는 건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사실 프로그램 구성은 도시에 더 전문가도 많고 시설도 잘돼 있어요. 농촌은 도시에서 줄 수 없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농업인은 공간 조성 능력을 교육 받아 자신의 농장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농가를 미적인 쾌적한 공간으로 꾸미는 능력이 농촌여성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과의 관계로 다져진 여성의 섬세함은 농장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데 특화돼있다고 덧붙였다. 
“치유농장을 하고 싶으면 텃밭에 꽃을 심고, 어떻게 구획을 나눠 심을 것인지, 동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미적 감각을 키우고 어떤 체험객이 와도 힐링할 수 있게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동물교감치유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털어놨다. 일본은 동물교감으로 치유농업을 하면 동물의 노동착취 문제를 철저히 관리한다고 했다.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농업인이면 동물교감 치유를 하면 안 됩니다. 일전에 방문한 당나귀와 교감하는 농장에서는 당나귀체험을 운영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당나귀 150마리를 도축해 판매하고 있어 충격이었습니다. 치유농업을 운영하려면 사람과 동물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입니다.

자신이 치유농업을 지속 운영할 수 있는 성격인지 알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청결에 대한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동안 컨설팅을 위해 방문한 6차산업 농장 중에 일부는 화장실이 지저분한 경우가 있었다고 되짚었다.
“지저분한 모습이 농촌다움이라는 어르신도 있는데, 요즘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 경험으로 족하고 재예약은 안 하지 않을까요.”

나아가 치유농업을 선도하려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휠체어가 이동하는 데 문제없도록 문턱을 낮추는 등 공간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공간 설계 능력을 재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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