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가천대 독서코칭 책임교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최근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 양성평등의 길은 멀다.

여성의 목소리가 작다고
여성을 무시하는 정책으로
표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권익을 존중하며
평등사회로 가는 게 바람직..."

▲ 김신영 시인, 가천대 독서코칭 책임교수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바짝 다가온 가운데 얼마 전 한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여성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시기상조다. 여성을 배려하는 각종 임원의 할당제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양성평등 지수도 아직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논쟁이 거셀 때마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 답보상태에 빠져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성정책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최근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 양성평등의 길은 멀다.

여성가족부는 최근까지 이 사회의 여성은 물론 남성을 함께 아우르는 평등과 살만한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성범죄의 경우, 각지에서 신속한 범인 검거와 신고자 구조 등으로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즉 여성들이 귀가 시에 뒤에 누가 따라오는지 촉각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거리가 많아졌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속한 신고가 가능해 귀가 모니터링이나 생활안전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은 고위직에 없는 경우가 많다. 기관장이나 고위공무원은 대개 남성이 대부분이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그나마 꾸준히 증가해 공공기관 여성 임원의 비율이 2018년 17.9%에 이른 것이 조금 나아진 상황이라 하겠다.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대부분 남성일 뿐만 아니라 그중 1~2개만이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견고하고 높기만 하다.

그런데도 대선판을 뒤흔드는 것은 표심을 향한 대선 공약들로 이대남(이십대 남자)을 위한 정책이 넘쳐, 급기야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비상식적인 논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댓글 현상을 꾸준히 살펴보면, 댓글은 대부분 남성이 작성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댓글의 70% 이상은 남성이 작성하고 있으며 재생산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즉 여론의 중심점이 20~50대 남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표심을 의식해 표몰이를 하는 행태는 매표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낙마해야 한다. 통일부 폐지 문제도 이대남을 위한 대표적인 매표 정책이지 않은가 말이다.

여성의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여성을 무시하는 정책을 내세워 표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여성가족부가 제시하는 여성 권익향상과 저출산 문제는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하고 흩어져 있는 정책을 모아서 관리하는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여성가족부의 산적한 문제는 사회 전체를 아우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책이 될 것이기에 이름을 바꿔서라도 정책을 더욱 견고하게 추진해야 한다.

20~30대 남성의 86~90%가 페미니즘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것은 페미니즘이 공격적이라는 오해와 남성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양성을 옹호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며,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펼치는 것은 그로 인한 불이익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심리라 하겠다. 사실을 직시하고 여성의 권익을 존중하며 평등한 사회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시기상조다. 여성정책이 정착하고 성 불평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서서히 폐지해도 늦지 않다. 이를 오직 표를 의식해 벌써 폐지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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