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성평등지수 74.7점...여전히 성불평등

대선 앞두고 남녀 갈등과 혐오 부추기기 난무

한국의 국가성평등지수가 매년 완만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성차별 인식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 결과에 의하면, 2020년 우리의 국가성평등지수는 74.7점으로 전년보다 1.0점 소폭 상승했다. 성평등지수는 성평등한 사회참여와 여성 인권·복지, 성평등 의식·문화 등에 대해 남성 수준 대비 여성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수치화한 것으로 완전 평등상태는 100점 만점이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분야가 97.0점으로 성평등 수준이 가장 높았고, 교육·직업훈련 94.2점, 문화·정보 86.4점 등이었지만 의사결정 분야는 37.0점으로 성평등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성비, 관리자 성비, 가사노동시간 성비, 육아휴직 성비 등도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성평등지수도 충남·전북·전남·경북 등이 하위지역으로 나타나 대도시에 비해 농촌지역의 성불평등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아직 양성평등이 멀었고, 농촌지역은 더 그렇다는 얘기다. 한편, 지난해 각 나라의 경제·정치·교육·건강 분야 성별 격차를 측정한 ‘성 격차 지수’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156개국 가운데 102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이란 말이 수치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가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여성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여성의 불평등한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인 지금의 얘기”라며 “여성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여가부 폐지나 역사적 기능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평등 추진체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을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는 윤 후보의 말은 우리의 성불평등한 현실을 도외시한 지극히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권익이 향상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의 길은 멀다. 성차별 채용, 유리천장, 성별업종분리 등 여전히 고용·직장에서의 성차별이 지속되고 있고,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은 그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와 함께 경력단절이란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성범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득표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기에 남녀, 지역, 계층 간 갈등을 봉합하고 모든 분야가 평등하게 고르게 발전할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공약으로 국민들을 현혹해서도 안 된다. 양성평등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참된 일꾼을 뽑는데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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