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원칙 없는 말 바꾸기나 
일관성이 없다면 신뢰를 잃는다.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공약도 쓸데없음을 
후보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대선후보들이 품고 있는 마음은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공약을 통해 드러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이젠 대선도 고작 30일 남았다. 그간 쏟아낸 공약도 부지기수다. ‘무엇을 더 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가장 많다. 대부분 포퓰리즘 공약이다. 얼마나 진정성이 녹아 있느냐가 문제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에 신기술이 중요하다지만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오늘날 문명은 충분한 양의 식량 공급 없이는 더 이상 발전할 수도 없거니와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없다. 농업의 존재 의의는 중요하다. 이번 대선은 농업인 입장에서는 ‘어조와 태도’를 통해 보이는 대통령다움보다는 농업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업·농촌·농업인 관련 공약이 허울 좋고 수식적인 말로서 끝나면 안 된다. 우리나라 농업은 개방화가 시작된 1990년대 이후부터 성장률이 하락했다. 농업부문의 투자도 급격히 감소했다. 성장잠재력도 1980년대 5.2%에서 2010년대 0.6%로 낮아졌다. 실질농업소득도 1995년 1724만 원에서 2020년 1182만 원으로 31.5% 감소했다. 농가인구도 231만 명으로 줄고 고령화도 급격히 진행돼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42.3%다. 농촌은 정주 여건이 열악해져 소멸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농업·농촌 문제가 심각하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이 과연 이를 제대로 짚고 풀어갈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농업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근본 바탕이다. 농업을 확실히 육성하고 농업인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장해 대한민국 속에 농업인의 위상과 농업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농림축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이다. 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늘려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소득과 행복한 삶을, 또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농어촌 거주자에게 100만 원 이내 기본소득 지급, 농림축산식품분야 국가예산 5% 확대, 농촌재생뉴딜 300개 읍·면 재정비, 국가식량자급 목표 60%, 농지실태 전수조사로 투기 근절, 일손 부족 대책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해 직불금 500만 원으로 확대, 고령농업인 농지이양은퇴직불금 50만 원 최대 10년간 지급, 청년농업인 3만 명 집중육성, 이동형 방문진료로 열악한 농촌 의료환경 개선, 스마트농업과 디지털 유통기술 보급, 스마트 농산물유통센터 확충, 비료가격상승분 정부지원,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정치는 말이다. 세 치 혀로 세상을 움직인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는 농업인이 판단할 일이다. 언제나 정치인의 공약은 현란했다. 지난 정부도 그랬다. 농업인은 언제나 속았다. 아무리 민주정치의 핵심이 말이라고 해도 진정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투명하고 숨기는 게 없고 솔직해야 한다. 

인격은 말이나 행동에 나타나는 사람의 품격을 뜻한다. 원칙 없는 말 바꾸기나 일관성이 없다면 신뢰를 잃게 된다.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공약도 쓸데없음을 후보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옛날과 달리 다양한 매체를 통해 뱉은 말은 기록으로 남는다. 또한 자란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선후보들이 품고 있는 마음은 발표된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공약을 통해 드러난다. 훗날 공약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언제나 진정성 있는 말이나 행동은 농업인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때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인물이 국민적 선택을 받아 새 역사를 창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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