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잡스 – 충북 괴산 임순자 생활지원사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행복한 농촌살이를 해나가고 있는 투잡 농촌여성들. 본업인 농업과 함께 나만의 개성을 발휘한 부업으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투잡’ 농촌여성을 만나 다양한 부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 임순자 생활지원사는 홀로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1:1 치매예방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르신들의 말벗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홀로어르신에 다양한 치매예방프로그램과 말벗 실천
잦은 전근은 문제점…어르신에 혼란·유대관계 무너져

어르신 말벗, 부업이 되다
2006년 도시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임순자씨(한국생활개선괴산군연합회 회원)는 수술을 받고, 쇠약해진 심신을 다독이고자 퇴직한 남편과 충북 괴산으로 귀농했다. 1980㎡(600평)에 콩, 고추를 재배하고 메주와 전통장을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임 씨는 괴산군적십자부녀봉사회에서도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온정을 나눴다. 요양보호사자격증을 취득해 재가방문으로 봉사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괴산군에서 생활지원사 7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나이와 자격에 제한이 없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을 활용하려는 젊은 여성들도 몰려 지원자가 100여 명이나 됐죠.”

생활지원사는 홀로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1:1 치매예방교육과 체조를 실시하고 말벗으로 활동한다. 임순자씨는 교육에 25분, 말벗에 25분으로 체계적으로 시간을 나눠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활지원사 1명당 15~16명의 홀로어르신을 관리한다. 대상자가 많으면 생활지원사 1명당 최대 18명의 어르신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지원사가 되면 평균 주5일 일일 5시간30분을 근로하고, 활동비 약 112만 원을 매달 지급받는다. 계약기간은 1년으로 활동에 필요한 기름값 10만 원과 통신비 3만 원도 괴산군에서는 지원하고 있다.

속이야기 나누며 유대관계 형성
“면접에서 생활지원사 활동이 봉사인지, 직업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어요. 면접관은 직업이라는데, 저는 생활지원사가 직업이 되려면 봉사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어르신들에게 좋은 감정이 없으면 직업으로 할 수 없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어른을 공경하는 호의적인 마음이 바탕에 있어야 적성에 맞아요.” 

임순자씨는 유년시절을 조부모 밑에서 자라 어르신을 대하는 감정이 편안하다고 했다. 평소에도 진입장벽이 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을에서 다양한 연령의 농촌여성들과 잘 어울리면서 지낸다고 했다.
“우연히 괴산시장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통기타교육에 참여했는데, 인연을 맺은 교육생들과 통기타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원금이 끊겨 해체될 위기였는데, 읍면의 지원을 받아서 ‘팅겨라기타동아리’를 소수면에 만들어 8년째 이끌고 있어요.”

2년차 생활지원사로 활동하는 임순자씨에게 어르신들은 주로 자녀에게 섭섭했던 일들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활지원사가 먼저 자신의 흠을 털어놔야 마음의 빗장이 풀린다면서 어르신들과 말벗이 되는 노하우를 전했다.
“어르신이 이웃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집안 이야기를 해주시면, 저도 저희집 흉을 보면서 친해졌어요. 또 노인성 우울증이 나타나는 어르신이 있으면 좀 더 활발하게 대화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생활지원사 애로점 개선 필요
생활지원사가 되고 첫해에 임순자씨는 괴산읍 신기리를 담당했다. 이듬해에는 문광면 유평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순자씨는 활동구역이 바뀌어 전근가게 됐다면서 어르신들과 감정적인 교류로 어렵게 쌓은 정이 무색해졌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예전에 방문하던 신기리 마을 어르신이 ‘순자씨가 너무 보고싶다’면서 아침 일찍 전화를 주셨어요. 어르신이 새벽에 잠을 깼는데 너무 눈물이 나고 저랑 같이 시간 보내던 날들이 그립다고 전화하신 거였어요. 어머니가 저를 생각해줬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했어요.”

임순자씨는 시간을 내서 신기리를 찾아 어르신을 만나고 온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이제 신기리는 담당하지 않아 전화해 주신 어르신을 주기적으로 찾아뵙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괴산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현장에서 일해보면 한 어르신을 1년 만나는 것과 2년 만나는 건 형성되는 관계의 깊이가 다르고, 어르신들도 생활지원사에게 마음을 열었는데 수시로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바뀌면 스트레스 받을 겁니다.”

임 씨는 또 생활지원사로 일하면서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농촌지역 특성상 휴식공간이 없어 업무효율에 불편이 있다고 전했다.
“여름에는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고, 겨울에는 히터를 틀고 쉬어야 되다보니 일부는 방문한 어르신 집에서 예정보다 오래 머물면서,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는 생활지원사가 많아요. 복지공간이 부족하고, 집집마다 떨어져 있는 농촌지역 특성을 고려한 생활지원사의 근무여건이 보다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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