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대통령선거 D-51, 여야 농정공약 따져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세운 농업슬로건은 농정틀의 전환이었다. 생명산업이자 기간산업으로 식량주권을 지키는 주체로서 걸맞는 보상의 필요성과 농업계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창구 마련을 약속했었다. 지난해 약 2조4000억 원이 투여된 공익직불제와 농정 개혁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민관협치형 추진체계의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로 구현됐다. 그래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당선 이후 정책 실현으로 이어지며 5년은 물론이고 농정 백년대계를 위해 농민을 포함한 유권자가 반드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李 경기도 정책을 국가로 확장
尹 경험 없지만 전문인재에 맡긴다

농업인은 농민기본소득
농촌주민은 농촌기본소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농정공약은 농민·농촌기본소득으로 대표된다.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 시리즈를 실제 정책으로 추진한 이 후보는 국가로 확장해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농민기본소득은 약 210만 명의 농업 종사자에게 지급하고, 농촌기본소득은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농산어촌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대상자는 약 970만 명으로 추산된다.

농업은 생존 자체를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안보산업이자 전략산업이라고 밝힌 이재명 후보는 농업의 공적 역할에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가능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국민 기본소득 이외에도 공익가치 증진과 사회·경제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농민기본소득, 최저생활보장과 국토균형발전 촉진을 위한 농촌기본소득을 각각 추진한다. 단, 농촌기본소득은 특정대상에게만 지급되는 게 아니라 해당지역 모든 거주민에게 지급되는 보편기본소득이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기본소득위원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겠다고 밝혀 실제로 정책화될지는 미지수다.

농업홀대는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 2%대까지 추락한 농정예산을 5%까지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아래 원전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급격히 늘어난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농지감소와 산림과 어장 황폐화가 심화됐다면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예고했지만 그 대안은 자직 내놓질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발족한 농어업의힘이 주최한 농어업 상생발전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보령수협 최대윤 조합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산과 들에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어촌마을에는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세워지며 어장을 죽이고 있다”면서 “차기정부가 이 문제를 개혁하지 못하면 논밭과 바다에 온갖 발전기가 뒤덮이게 될 게 뻔해 농어민을 못 살게 하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윤 후보는 검찰에서만 이력을 쌓았다는 점과 실제로 농정에 관한 직접적 공약을 발표한 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국민의힘이 문제 삼아 온 농업홀대론을 재현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분명 있다.

이에 이명박 정부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지냈고 농어업의힘 포럼 대표를 맡은 정운천 의원은 지난달 농업전문지 기자단 간담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경험이 없는 건 맞지만 홀대받는 산업과 지역에 더 힘을 실어줘 균형을 맞추자는 게 기본적 생각”이라며 “얕게 아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어 적합한 인재를 중용해 그 분야를 확실히 맡긴다면 문재인 정부처럼 농정실패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야, 농정예산 비중 5% 확보·청년직불제 도입 한목소리
여성농업인 공약으로 “공동경영주 혜택 개선·지자체 전담부서 확충”

▲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전국 순회 토론회를 통해 현장의견을 반영한 농정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지난해 11월3일 충남을 시작으로 농어업·농어촌이 기본이 되는 나라, 농어민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농어업·농어촌·먹거리 정책 관련 전국 순회 토론회를 개최해 차기 정부 농정공약을 다듬으며 구체화에 나서고 있다.

농지임대차 신고제 도입·주요농산물 기준가격 설정
광역별 지역농업청 설치로 자치분권 농정 강화

▲농지 확보
코로나19로 식량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먹거리 자급을 위협하는 농지 불법투기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와 농지가격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농지제도를 개편한다. 우선 농지이용실태 전수조사와 관리·운영에 있어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LH발 투기사태의 대책으로 최근 10년 이내 관외거주자가 취득한 농지와 농업법인이 소유한 농지를 포함해 총 25만8000ha 소유·이용 현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는데 이를 상시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실태조사 이후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자 상속농지와 이농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하고 농업경영을 하지 않으면 처분을 강제한다.

농지 임대차 신고제 도입과 농지전용 이익 환수도 강화한다. 주말·체험용 농지 구입을 금지하는 대신 농가와 국가·지자체 소유의 공공형 체험농장을 활용한다. 또한 농업진흥구역 관리 강화와 전체농지의 10%를 공공농지로 정해 청년농업인에게 우선 임대한다. 실경작자 중심으로 농지를 이용하는 체계를 구축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제대로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농산물 가격
농산물 수급과 가격 불안정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지만 현재 산지폐기 등 사후 수급책으로는 한계가 여전하다. 복잡한 유통구조로 불필요한 비용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계약재배를 포함한 공급체계 확보 방안에 나선다.

쌀·밀·콩 등 3대 곡물과 배추·무·고추·마늘·양파·대파·당근 등 7대 채소는 생산비를 고려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농협중앙회를 조합간 연합회로 전환해 지역·품목별로 대응력을 높인다. 의무자조금은 기존 소비홍보 위주 방식에서 탈피하고 폭락에 대비해 지자체와 생산단체, 농업인과 정부 지원으로 수급안정기금을 조성한다.

농지, 생산·소비·가공식품·수입농산물 수입이력과 공공급식 등을 총망라한 디지털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가격안정망으로 활용한다.

▲자치·협치농정
기후위기와 팬데믹은 농정의 분권과 협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였다. 공익직불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농식품부 예산 중 공익가치 창출은 2020년 기준 17.6%에 불과했다. 농업인 직접보조예산은 미흡한 반면 보조형 사업예산은 과다한 문제는 기본소득 시행으로 보완한다.

농지관리원과 농산물품질관리원, 종자관리소 등을 통합해 통합 실행체계를 다지고 광역시도별로 지역농업청을 설치해 차지분권 농정을 강화한다. 현장중심 농정 실현을 위해 농어업회의소 설치 확대와 권한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 농정예산 일부 편성 권한을 회의소에 부여하고, 가칭 자치농정협의회도 의무화한다. 공익기능 강화를 위해 예산구조를 개편하고 직접지불예산을 늘려 2%대까지 추락한 농정예산도 5% 수준으로 높인다.

▲인력 확보
40세 미만 농업경영주와 농가인구는 급속히 감소해 농업농촌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직불제 도입과 기존 5년 거치 10년 상환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을 장기상환으로 전환하고, 공공농지 임대를 우선 제공한다.

귀촌청년에게 마을 생활돌봄 담당과 지역돌봄 일자리를 제공하고, 농촌 혁신가를 육성하는 기관을 설립해 종합지원에도 나선다. 여성농업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농업농촌기본법과 농어업경영체 육성법을 개정해 제도정비에 나선다.

지자체별 전담부서 설치를 의무화하고, 중앙단위 여성농업인 지원기구도 설치한다. 청년농업인 정착의 가장 큰 방해요소인 생활·사회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해 생활거점에 의료·돌봄시설, 목욕탕과 미용시설 등을 포함한 기본생활복합시설을 확충한다.

▲에너지 자립
농촌이 보유한 태양·바람·가축분뇨·미이용목재·부산물 등을 활용해 2050 탄소중립을 충실히 이행한다. 다만 재생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주민갈등 심화와 난개발, 농지전용, 안전문제 등을 개선하고자 마을내 건물과 주택지붕, 저수지와 주차장, 공공기관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추진하고 소규모 영농형태양광을 우선 추진해 농지를 전용하는 문제를 해소한다.

투기자본 유입과 임차농 피해를 막기 위해 자경농지를 활용한다. 다양한 부산물을 이용하는 바이오매스 종합전략을 마련하고 가축분뇨나 미이용목재 등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늘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

 

▲ 국민의힘은 농어업의힘을 출범시키며 공정·성장·상생의 목표 아래 새로운 농정전환을 위한 공약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
지난 7일 발족한 농어업 상생발전을 목표로 발족한 농어업의힘은 차기정부 농정목표를 공정·성장·상생으로 정하고 문재인표 농정실패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가의 지속적 발전에 농업농촌 발전 없인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이루며 미래농업의 비전제시와 정책개발에 나서고 있다.

10만 명 거주하는 청년뉴타운 조성·GMO 완전표시제 실시
축산업, 규제 위주에서 환경친화적 산업으로 육성

▲소득 증대
2020년 농가소득은 2019년보다 9.3% 증가한 4503만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계층 간 소득격차는 확대되고 비농업소득은 감소했으며 이전소득의 의존도 또한 증가했다. 가격변동과 늘어가는 수입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농산물 가격안정 품목을 7개에서 20개로 늘려 소득안전장치로 삼는다. 중소농가 농업소득을 늘리는 사업으로 탄소배출권 도입과 유통체인을 별도로 만든다.

청년농업인의 안정적 정주를 위한 청년농직불제 도입과 저소득 농가의 세제 혜택도 강화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보상도 늘린다.

▲인력 확보
청년의 귀농귀촌은 도시 과밀문제 해소와 농촌 노동력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청년농업인 10만 명 양성을 위한 청년뉴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귀농귀촌 청년을 위한 종합지원센터 구축과 농촌지역 스타트업 창업 부흥을 위해 창업지원펀드와 컨설팅을 지원하며, 농촌지역의 공공서비스 일자리는 청년에게 우선 부여한다.

신규창업농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의 무게추를 옮긴다. 역할과 기능에 비해 부족한 여성농업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법 개정과 공동경영주 등록 시 혜택을 늘린다.

▲농업예산 확충
국가예산에서 농업예산 비중은 2007년 6.5%이던 것이 2021년 2.9%로 축소됐다. 코로나 관련 예산 증가율이 8.98%에 달했지만 농업예산 증가는 3.18%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소외현상이 심화됐다. 식량위기와 탄소중립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농업 예산비중을 5%대로 보장하고, 공익직불제 예산을 5년 안에 농업예산의 50% 수준으로 증액한다.

청년농과 승계농 지원 예산도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보전 활동 예산 역시 늘린다. 또한 농촌의 비농업 분야 창업과 공동체 활동 지원도 늘린다.

▲먹거리 안전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공급체계 형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기반의 국민 먹거리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국내산 식재료 우선 사용을 의무화한다.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 표시제 실시와 품목별 조합과 연합회 설립을 지원해 유통주체로 육성한다. 중소농가 중심의 근거리 공급망 형성과 운영도 지원한다. 주요 식량작물의 자급률 또한 법적으로 보장해 공급기반을 구축한다.

▲친환경축산 육성
농업이 지난 10년간 3% 성장하는 동안 축산업은 7% 이상 성장했지만 가축분뇨 발생 증가와 민원으로 줄곧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미허가축사 적법화와 가축분뇨 규제, ASF와 AI 발병으로 대대적인 예방적 살처분 등 축산농가를 낭떠러지로 몰았다며 규제 대신 지원 위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환경친화적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선택직불제 도입과 환경친화농장 지원을 강화한다. 일방적인 예방적 살처분 정책도 개선한다. 농장방역 수준과 지역여건을 고려한 질병관리등급제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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