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농촌여성의 삶, 어떻게 변해왔나...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농촌여성신문은 16년간의 ‘여성농업인의 삶의 변화’를 살펴보는 신년특집을 마련한다. 농촌진흥청,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번 특집을 통해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과 사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보고, 향후 이와 전문가 좌담회, 토론회 등을 개최해 농촌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편집자 주]

본지·농진청·생활개선중앙聯 공동 설문조사 결과

농가경영주 중 여성은 28.4%…여전히 보조역할
영농·가사노동 시간, 16년전 조사 때보다 감소

여성 농가경영주 증가세는 거북이걸음
농가인구는 해가 갈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농가경영주의 연령도 높아져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의하면, 우리 농촌은 이미 2000년대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42.3%(2020)로 전체 인구 대비(16.0%) 약 2.6배 높다. 노인 독거가구 비율도 농촌이 도시보다 약 2.0배나 높다.(2020)

농가경영주 평균 연령도 2005년 61세에서 2020년 66.1세로 5.1세 증가했다. 반면,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 비율은 1990년 14.6%에서 2020년 1.2%로 급격한 감소세여서 농촌인구 고령화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함께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과반수를 넘어섰다. 농가경영주 가운데 여성농업인의 비율도 2005년 17%에서 2020년 28.4%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한편, 최근 지속적인 과학기술의 발달로 농업인의 디지털 정보활용 능력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특히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농업과 일상생활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15년 전 본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디지털 실태가 최근 몇 년 새 스마트팜, 드론, 비대면 유통, 스마트폰 등의 보급 확산으로 농촌여성의 변화상을 나타내는 주요한 지표로 부상했다.

‘농업이 좋아서...’ 농사지어요~
2005년 조사 당시의 설문조사 대상자 평균연령은 48.6세였으나, 이번 조사대상의 연령은 60.7세였다. 이에 따라 이번 설문조사 결과만 보고 단순히 16년 전후의 상황을 비교한다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동안 우리 농촌인구가 고령화됐음을 방증하는 자료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영농현황= 이번 조사에 응한 여성농업인들의 평균 농업종사기간은 28.2년으로 2005년 20.9년보다 7.3년 증가했다. 농업에 종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결혼을 계기로’라는 비율이 52.1%(2021)로 2005년 73.2%보다 21.1%p 줄어든 반면, ‘농업이 좋아서’라거나 ‘농촌환경과 인심이 좋아서’라는 응답은 각각 2005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연간 평균수입도 15년 전에 비해 화폐가치나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3204만 원(2005)에서 4550만 원(2021)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농번기 일일 평균 노동시간은 2005년 13.5시간(농업노동 9.1시간, 가사노동 4.4시간)에서 2021년 10.4시간(농업노동 7.8시간, 가사노동 2.6시간) 줄었다. 농한기 노동시간도 10.2시간(농업노동 5.6시간, 가사노동 4.6시간)에서 5.8시간(농업노동 2.3시간, 가사노동 3.5시간)으로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16년 전에 비해 여성농업인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와 설문조사를 공동 진행한 농진청 김경미 농업환경부장은 “지난 16년 간 여성농업인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살펴보면서 농촌사회 고령화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도 그렇게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된 지금 시대에도 여성들은 농촌사회에 형성된 네트워크, 정보망, 의사결정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재확인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러한 점은 젊은 청년이 살고 싶은 농촌, 일하고 싶은 농업이 되기 위해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면서 “여성농업인의 삶을 통해 우리 농업이 기대하는 미래 청년농업인에 대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여성농업인들은 과거나 현재에도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과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색하고, 그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기사 안 특정사실과 무관함)

지난 16년간 농촌여성의 삶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지난 15년 동안의 농촌여성의 삶의 변화를 짚어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계기가 있어서다. 2006년 농촌여성의 행복 메신저라는 사명으로 창간한 농촌여성신문은 당시 농촌진흥청,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농촌여성들의 삶 전반을 들여다보는 ‘여성농업인 실태 및 의식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그들의 삶의 질 향상과 권익 증진, 소득 향상을 위한 정책, 사업, 교육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특집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그리고 16년이 흐른 지난 연말, 농촌여성의 삶의 변화와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생활에 대한 농업․농촌의 실태를 살펴보는 ‘여성농업인 삶의 변화 실태조사’를 전국의 생활개선회원 1012명을 대상으로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 생활개선중앙연합회, 농촌여성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해 그 결과를 내놨다. 농촌여성신문은 임인년 신년특집으로 설문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을 몇 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농산물·생산물 판매’ 여성결정권 높아
“내가 재산형성에 더 기여했다” 8.4%

농업활동 결정 과정서 여성의 주도적 참여 확대
10명 중 4명 “재산형성 기여도 남편과 비슷”
여성 37.5% “노후준비 안해...” 2005년比 9.5%p 증가

<기초생활여건>

농업경영서 여성의 주도적 참여 늘어
여성농업인들은 농업경영에서 영농 관련 의사결정에 얼마나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을까? 영농 일정 결정, 품종·품목 선택, 영농자재 구입, 노동력 조달, 농산물·생산물 판매, 영농자금 조달, 농지 구입과 매각, 영농소득 사용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결정과정에서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분야가 16년 전과 달라졌다.

2005년 조사에서 여성농업인들은 ‘노동력 조달’(47.4%) 결정권이 최종적으로 자신들에게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영농수입·소득 사용(41.3%), 영농일정 결정(30.9%), 농산물·생산물 판매(30.4%), 품종·품목 선택(22.2%), 영농자금 조달(21.2%), 농지 구입·매각(18.3), 영농자재 구입(17.9%) 등의 순으로 농가가정에서의 여성 목소리가 높았다. 

16년이 흐른 2021년 조사에서는 ‘농산물·생산물 판매’(49.0%)에 대한 여성들의 결정권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영농수입·소득 사용(47.0%), 노동력 조달(39.3%), 품종·품목 선택(35.6%), 영농자금 조달(32.0%), 영농자재 구입(31.8%), 영농일정 결정(31.5%), 농지 구입·매각(27.8%)이 뒤를 이었다. 

일·성과에 대한 평가절하 경향 여전
여성농업인들은 자신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얻고 있다고 생각할까? 또한 재산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을까? 이번 조사에 의하면, ‘남편과 기여도가 비슷하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가장 많은 40.3%를 기록했고, ‘남편이 더 많이 기여했다’는 사람은 36.9%인 반면, ‘자신이 남편보다 더 많이 기여했다’는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과거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2002)에 따르면, 여성들은 기계로 하는 농작업이나 남성이 하는 작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이 남성의 일보다는 덜 중요하다고 평가절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경향은 2021년 조사에서도 여전해, ‘남편과 기여도가 비슷하다’는 비율은 2005년(45.2%) 조사 때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보다 자신이 더 많이 기여한다’는 응답자는 6.6%에서 8.4%로 1.8%p 높아진 것과 대비해, ‘남편이 더 많이 기여한다’는 비율은 2005년(33.8%)보다 3.1%p 높아졌다. 

다만, ‘전적으로 나의 노력’이라는 응답자는 5.7%에서 7.6%로 소폭 증가했고, ‘전적으로 남편의 노력’이라는 비율은 6.8%로 2005년(6.6%) 조사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볼 때, 농촌여성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과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색하고, 그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성 명의 자산 ‘예·적금 통장’ 으뜸
여성농업인이 자신 명의로 갖고 있는 부동산은 얼마나 될까? 
2005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4%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농지를 갖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당시 조사대상이 여성농업인단체 임원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의 연구결과(2002)에 의하면 일반농가에 여성이 자신의 명의로 농지를 보유한 비율이 11.1%이었고, 단체 임원들은 36.4%였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편이다.

당시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농진청 김경미 농업환경부장은 “여성이 농업뿐 아니라 사회 참여 등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확대해나가면서 농지소유 등의 경제력도 확보해가고 있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21년 설문에서는 조사범위를 부동산에서 자산으로 확대함에 따라 2005년 조사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본인 명의로 된 자산은 ‘예금·적금통장’이 85.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논·밭, 과수원, 임야 등 농지’가 26.3%, ‘집 또는 건물 등 주택’이 23.1%, ‘기타 금융자산’ 22.0%, ‘농산물 판매 수입금 통장’ 16.2%, ‘자동차’ 13.4% 등의 순이었다.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결혼 후 자기 명의로 구입했다’는 응답이 2005년 35.6%에서 2021년 44.6%, ‘상속’은 22.2%에서 32.2%로 각각 크게 증가했다. ‘남편 증여’는 25.6%에서 12.3%로 절반 이하 감소했다. 

 

<보건․복지>

노후대책 계획은 ‘연금·저축’
자녀의 출향으로 부부, 또는 홀로 농촌을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가운데, 여성농업인들은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 16년 전에 비해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여성농업인들의 비율이 2005년 28.0%에서 2021년에는 37.5%로 9.5%p나 늘어나 여성들의 계획성 있는 노후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생활의 주된 준비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계획 없다’는 응답이 2005년 32.0%에서 2021년 56.2%로 크게 증가한 반면, ‘연금·저축’이라고 답한 비율은 41.7%에서 25.1%, ‘자녀 지원 확대’ 9.7%에서 6.3%로 줄었고, ‘부동산 구입’이라는 응답은 11.7%에서 11.9%로 소폭 상승했다.

그렇다면 여성농업인들의 향후 노후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2005년 조사에서는 ‘연금·저축’이라는 응답이 79.2%로 가장 높았고, ‘부동산 구입’ 13.0%, ‘자녀 지원 확대’ 4.8%, ‘정부지원금’ 0.7%의 순이었다. 2021년 조사에서도 2005년보다 감소하긴 했지만 ‘연금·저축’이라고 답한 비율이 60.7%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 구입’ 24.2%, ‘정부지원금’ 7.3%, ‘자녀 지원 확대’ 5.7%, ‘채권·보험’ 2.2%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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