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출생 후 죽기까지 선택의 연속...
남과 다른 선택은 기회가 되고
기회에 최선 다하면 자신만의 삶이..."

우리 동네는 괴산 내륙 깊숙이 자리한 때문일까, 겨울철 일기예보에서 발표한 하루 최저 최고 온도보다 실제 온도는 더 낮다. 게다가 우리 집은 강을 끼고 산중턱 서북향의 집이라 산 아래 동네보다 온도가 더 떨어진다. 연말에 영하 19℃를 찍더니 새해 들어서도 연일 영하 10℃를 밑도는 강추위에 집 앞 강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우리 마을, 이웃마을 청년, 어른, 동네 꼬마들까지 몰려나와 언 강바닥 위를 돌아다니며 강고기를 잡는다. 삼지창 같은 걸로 찍어낸 커다란 물고기를 긴 대꼬챙이에 꿰어 들고 다니며, 고기를 잡을 때마다, 잡다 놓칠 때마다 지르는 고함과 함성으로 온 마을이 떠들썩하다.

오늘 아침은 밤사이 살짝 내린 싸락눈이 강을 하얗게 덮었다. 강 건너편 목도강수욕장(캠핑장)에 차박을 한 사람들이 언 강바닥을 운동장처럼 오가며 발자국을 찍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모여들기 시작한 차들은 목도강변을 어느새 캠핑카의 차박지로 굳혔다.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몰려들지만, 이젠 평일에도, 한겨울에도 캠핑카가 상주한다. 동네 어르신들은 ‘한겨울에 뜨신 집 놔두고 저게 무신 개고생이냐’고 혀를 차지만, 지금 누가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바뀐 세상이 다가오는 것을...

마침 2022년 처음 방영된 KBS 인간극장에 ‘우리는 집 대신 캠핑카를 샀다’의 주인공 조현진(36) 이연주(32) 젊은 부부의 특별하고 유쾌한 일상을 소개됐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걸 가질 필요가 있나요.” “오르는 전셋값 땜에 월급을 쪼개 사느라 숨 쉴 틈조차 없이 사는 그런 매뉴얼대로 사는 게 너무 싫었어요.” “인생에 정답이 있나요? 내가 써내려가는 게 답이 아닐까요~” 

이 부부가 여행을 다니며 사는 ‘우리는 집 대신 캠핑카를 산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결혼 7년차로 3년 전까지는 맞벌이부부로 아등바등 바쁘게 살다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연주씨는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현진씨는 고심 끝에 직장에 사표를 내고 전셋집을 정리해 캠핑카에 연주씨를 태우고 전국일주를 여행하는 집시라이프를 시작했다.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 우연히 들른 거제도 어촌 쌍끌마을에 2년을 머물게 되면서 여름엔 멸치잡이, 겨울엔 멍게양식장 일을 도우며 도시에서 맛볼 수 없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린다. 한 번뿐인 인생, 3평 남짓한 캠핑카에서도 남부러울 것이 없이 풍성한 삶을 사는, 그들이 만드는 내일 아침의 인간극장이 몹시 기다려진다.              

사르트르는 인생을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출생에서 죽기까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남과 다른 선택은 기회(chance)가 되고, 내가 선택한 기회에 최선의 노력과 시간을 쏟는다면 그것이 캐릭터가 돼 자신만의 유일한 커리어(삶의 방식)가 될 것이다.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용기 있게 나선 그들에게 부러움에 넘치는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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