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들은 농업경영 전반에 걸쳐 참여도가 높고, 재산형성에도 많이 기여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가치와 성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진흥청과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농촌여성신문사가 지난해 공동으로 진행한 ‘여성농업인 삶의 변화 및 디지털 활용 실태조사’에 따른 것으로, 본사가 16년 전 동일 기관·단체와 실시한 ‘여성농업인 실태 및 의식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다.

조사에 의하면, 농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품종·품목 선택과 영농자금 조달, 영농자재 구입 등의 결정을 여성이 주도적으로 한다는 비율이 과거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남편의 결정을 따르는 비율이 높았다. 여성들은 노동력 조달이나 농산물·생산물 판매, 수입·소득 사용 등 비교적 중요도가 덜한 분야에서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마저도 두 차례의 설문조사에서 50%를 넘지 못했다. 재산형성 기여도도 여성은 자신들의 경제적 기여도를 여전히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 커지고 있고, 법적 지위와 권익 향상이 상당히 진전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여성들은 그에 대한 체감도가 낮아 보인다. 양성평등, 여성 지위 향상, 경제적 권리 획득 등이 이뤄지려면 여성 스스로 일에 대한 가치와 성과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하고, 또한 그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 물론, 법적·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그래야 여성농업인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 여성이 살기 좋은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이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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