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신년 특집- ‘범 이야기’

호랑이는 불행을 물리치고 행운을 부르는 영물
새해엔 호랑이의 기운으로 재난이 썩 물러가고,
호랑이의 용맹한 기운으로 웅비하기를.....
▲ 국립민속박물관은 임인년 호랑이띠 해를 맞이해 오는 3월1일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호랑이 나라’ 특별전을 개최한다. 호랑이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조명하는 자리로,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 어깨가 들썩들썩,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동아같은 뒷발로 양귀 찌어지고, 쇠낫같은 발톱으로 잔디뿌리 왕모래를 촤르르 흩치며, 주홍 입 쩍벌리고 워리렁 허는 소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래 정신없이 목을 움츠리고 가만히 엎졌겄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의 가사다. 우리 고유의 국악에 힙합을 섞어 어깨춤이 절로 들썩들썩 거리게 해 지난해 화제가 됐다. 판소리 수궁가와 신나는 힙합멜로디를 섞은 퓨전곡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우리나라를 알리는 홍보 영상으로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수궁가 속 거북이(자라)는 용왕을 위해 토기의 간을 구하러 갔다가 토끼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토선생~”하고 부른다는 게 힘이 빠져 그만 “호선생~”하고 부르고 말았다. 마침 지나가던 호랑이가 아무도 무서워 부르지 않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간다는 내용이다. 용맹스럽고 무섭기만 한 호랑이를 다소 엉뚱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해 재미를 줬다.

범은 고양잇과의 포유류다. 범은 호랑이의 순수한 우리말이고 호랑이는 범 호(虎)에 이리랑(狼)자를 써서 호랑인데 발음상 편의로 호랑이로 부른다고 한다.

 

#2022년 트렌드코리아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웅비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가, 주저앉는 고양이가 될 것인가?”

매년 트렌드를 분석해 발표하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2’에선 “2022년은 변화가 거듭될 검은 호랑이해”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년에 걸친 코로나19 여파로 트렌드 변화 속도는 가속화 했고,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그만큼 올해는 중요한 시기다. 혁신이 절실하다며 트렌드 변화에 맞춰 스스로 혁신하라고 김난도 교수는 조언 하고 있다.

▲ 1950년대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책자로 띠별 길흉화복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덧붙여 설명한 당사주책 속의 호랑이띠 이야기.

 

#호랑이가 액땜을 한다고?

옛날부터 어떤 안 좋은 일이나 액땜을 할 때 맹수의 왕인 호랑이의 기운으로 화를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신령한 존재로 산군, 산왕, 산신으로 불리며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잡귀와 액을 쫓아내는 동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엔 호랑이와 연관된 속담이나 이야기들이 많았다. 호랑이의 첫 등장은 ‘단군신화’로 단군신화엔 곰과 호랑이가 나온다.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와 인간이 되기를 간청하고 환웅은 ‘쑥과 마늘을 백일동안 먹고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약속을 잘 지킨 곰은 인간이 되었지만,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굴을 뛰쳐나가서 인간이 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호랑이는 참을성과 인내심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민족에겐 호랑이가 무섭고 사나운 동물이 아니라 어리숙하고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 속 호랑이가 그렇다.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어린아이가 곶감 줄게란 말에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본 호랑이가 곶감을 피해 줄행랑 쳤다는 이야기다. 용맹하고 무서운 호랑이를 어리숙하고 엉뚱하게 표현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로 다가오게 했다.

 

#대표 마스코트 호돌이와 수호랑

▲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대표 마스코트로 활약했다. 88서울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와 호순이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고 친근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백호를 캐릭터화한 수호랑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와 관중을 지켜준다는 의미의 수와 호랑이의 합성어다. 이처럼 호랑이

▲ 평창동계올림픽마스코트 수호랑

는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는 “민가의 벽에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역병을 물리치고자 했다”고 기록돼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게 힘들고 지쳤던 지난해다. 새해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의 기운을 듬뿍 받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희망과 웃음이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민속상징사전-호랑이편

 

‘우리 호랑이’의 모든 것

국립민속박물관, 국내 첫 호랑이 사전 펴내

▲ 한국민속상징사전-호랑이편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이 한국민속대백과 사전 사업의 하나로 한국민속상징사전-호랑이편을 펴냈다.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우리문화 속에 다채롭게 깃들어 있는 호랑이 상징에 대한 해설서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호랑이의 다양한 모습과 문화적 의미를 정리한 호랑이 사전이다.

 

호랑이 상징의 변천사 담아

호랑이 상징 사전은 고대 단군신화로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수호랑에 이르기까지 호랑이 관련 내용을 전부 수록하고 있다. 또한 콜레라 고통을 상징적으로 비유한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럽다’는 의미의 ‘호열자(虎列刺)’로부터 ‘몹시 사납고 무서운 사람’을 비유하는 ‘호랑이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호랑이 관련 내용을 담았다.

이에 더해 호식장(虎食葬: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에 유구를 거두어 장사하는 의례), 호살량굿(호환에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황해도굿의 굿거리 중 하나) 등 우리 민속에 나타나는 호랑이에 대해 학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생활문화 속 호랑이 상징에 대한 체계적 정리

사전 표제어는 호랑이의 생태와 역사, 신성과 벽사의 호랑이, 호랑이가 깃든 물건, 설화 속 호랑이, 용어와 표상으로 범주를 나누었다. 우리 민족의 생활문화 속에 면면히 자리해 온 호랑이에 대한 관념과 상징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게 정리했다.

사전 부록을 통해 호랑이를 소재로 하는 그림, 조각, 자기 등 호랑이 상징 유물 관련 도판과 소장처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호랑이 관련 속담과 설화 목록, 뉴스에 나온 호랑이, 노래와 영화·드라마 제목 속의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부록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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