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농어촌여성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모든 불합리와 불평등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농업농촌기본법’에
여성농업인의 종사상 지위를
선택하도록 개정하고,
이를 ‘농업경영체법’에
반영하는 것이다."

▲ 김영란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농어촌여성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양성정책의 일환으로 각 부처에 별정직의 여성정책담당관이 한시적으로 활동함에 따라 농림부 기획관리실에도 담당관이 배치돼 농가도우미제도 등 여성농업인을 위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기 시작했고, 200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이 제정되고, 동법에 근거해서 현재까지 5차에 걸친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이 수립돼 농어촌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서비스가 제공됐다. 또한 2007년 전국 최초로 충청남도 아산시가 ‘여성농어업인육성조례’를 만들어서 현재 전국 125개 광역시군에 조례가 제정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한 것은 왜 인가? 2020년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희망을 만드는 농어촌 여성정책포럼’은 ‘농어촌 여성의 성평등한 법적 지위가 보장되고 농어촌 여성정책을 추진할 정부 조직체계가 전국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남성과 같이 농업노동에 참여하고 남성보다 더 많이 가사노동을 수행해도 여성농업인은 농업정책 수혜 대상이나 의사결정 당사자에서 배제되며, 여성에게만 국한된 몇 가지의 서비스만으로는 삶이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2021년에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여성농업인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공동경영주제도를 보자. 2016년부터 여성농업인의 성평등 및 직업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여성농업인이 배우자 등의 동의에 따라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배우자에게 ‘예속’됨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2018년에는 배우자 동의 절차를 삭제하고, 공동경영주란에 표시하면 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러나 이는 ‘별지 1호 서식’의 한 켠에 기재되는 것 외에 실질적인 권리가 없다 보니 유명무실했고 농업인으로서의 종사상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모든 불합리와 불평등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농업농촌기본법’에 여성농업인의 종사상 지위를 선택하도록 개정하고, 이를 ‘농업경영체법’에 반영하는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정황을 알리고 제도개선을 주장하기 위해 전국을 권역으로 나눠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광역지자체 의원, 관련 공무원, 여성단체 집행위원들이 토론에 참여했고, ‘특별위원회’의 제안에 동의했다.

1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아서 ‘하도 놀랍고 신기한’ 여성농업인의 삶이 ‘예속’에서 ‘독립’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순간이 멀지 않았다. 또한 ‘특별위원회’는 전국 지자체가 정한 ‘여성농어업인육성조례’가 농어촌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도록 여성농어업인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이로써 중앙-광역-지역으로 여성농어업인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순환 고리가 갖춰지면 여성농어업인의 개개인의 삶의 질은 더 좋아질 수 있다. 나아가 ‘특별위원회’에서는 농어업·농어촌의 유지는 젊은 여성농어업인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농어업 전문교육과정 개발과 성평등한 마을 조성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2022년에는 이 제안들이 모두 실체로서 모양을 갖춰서 여성 농어업인들이 좋아진 자신의 삶을 정책과 제도의 영향 하에서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별위원회’를 1년 더 연장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2021년은 100년을 지나온 역사 속의 한 해로서 ‘특별위원회’로 인해 여성 농어업인의 삶이 더 나아지는 쪽으로 한걸음 떼었다고 평가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만큼 여성 농어업인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집요하게 그리고 가열차게 장정의 길을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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