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재생이란 말을 들으니 농촌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이젠 재생시켜야 할 때인가 싶네요”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재생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농촌마을에서 30여간 살고 있단 한 농민이 얘기했다. 자본에 의한 난개발 등이 환경 파괴의 실제 주범이건만, 그는 마치 농촌을 지키지 못한 것이 자신의 책임인양 불편해하고 씁쓸한 기분을 말에 묻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저밀도사회인 농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세대의 버킷리스트 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겠다”는 꿈을 가진 이들이 꽤 많다.

지역소멸을 막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한 일터 삶터 쉼터로서의 공간으로 농촌다움을 보전하는 농촌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같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의 농촌생활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야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재생을 얘기할 때 정작 이곳이 현재의 생활의 터전이고 일터인 현지인의 입장부터 살폈으면 한다. 마치 친구가 집에 놀러와 “왜 이리 집안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됐나”라며 흉본다면 얼마나 민망하고 자괴감이 들까?

뉴딜의 핵심공간으로서의 농촌공간의 주체는 무엇보다 지금 그곳에 사는 지역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들의 삶의 편안함과 익숙함도 고려돼야 한다. 현지인이 행복한 농촌이어야 다른 이들도 찾아오고 싶고 살고 싶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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