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정당국, 정치권이 손 놓고 있어 
농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농업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 
그 실마리를 찾아줘야 한다.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으로
살맛나는 농업·농촌이 되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세밑이다. 나흘 후면 신축년도 저물고 임인년 새해가 밝는다. 올 한 해도 초봄의 이상저온, 여름의 폭염과 난데없는 우박, 가을장마 등이 농업인을 괴롭혔다. 코로나바이러스, 아프리카돼지열병, 과수화상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도 이어졌다. 재난재해와 가축질병은 피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자연과의 강제적 만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격안정을 꾀한다며 걸핏하면 정부는 발 빠르게 농축산물 수입을 추진했다. 미국산 달걀, 깐마늘, 피마늘 등이 그랬다. 무관세로 수입하거나 저율관세할당(TRQ)을 적용해 통관을 유리하게 한다. 하지만 국산 농산물이 과잉일 때는 고개를 돌린다. 농업인의 주소득원인 쌀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시장격리제를 발동하라는 농업계의 요구엔 모르쇠로 이제껏 일관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생산기반 약화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만 정부는 물가 잡기에만 치중한다.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현재 수급이나 산지 가격이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정당국도, 정치권도 손 놓고 있어 농심(農心)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내년도 농업분야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2.8%에 머물러 농업계를 실망시켰다.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농업·농촌·농업인 홀대이자 푸대접이다. 이름도 어려운 농산물개방을 강제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F)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까지 이어질 듯하다. 

이렇듯 신축년 한 해에도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은 참으로 힘들었다. 2년여 지속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더 겹쳤다. 농산물 판매 부진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지 않아 농촌일손 부족으로 고충이 유독 컸다. 인건비마저 급등했다. 비료와 농자재비가 치솟았다. 이로 인해 농작물 재배와 수확을 포기하는 농업인도 속출했다. 지역소멸이랄 정도의 농촌공동화, 농촌인구 고령화 등 농촌환경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농업·농촌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농촌은 농업인만의 거주하는 곳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삶의 공간이고 ‘농업은 산업의 뿌리’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청년농업인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에 대한 영농교육지원과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농가로부터 원성을 들어왔던 설과 추석 농축산물 선물가액이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높아졌다. 농축산물 상한액을 폐지해 달라는 농축산인들의 절규가 뒤늦게나마 정치권을 움직인 결과물이다. 

이제 뒤돌아본 신축년은 간다. 임인년 새해에 희망을 걸어본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에 이목이 쏠려 농업계에 관심과 지원이 쳐질까 걱정이다. 농업·농촌이 넘어야 할 위기는 상존한다. 농업생산에 미칠 기후, 노동력, 농촌공동체 위기 등이다.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 농업생산지도마저 바꾸고 있다. 품목에 따른 수급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기후와 식량 위기는 직결돼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일 정책 마련은 중차대하다. 

이제부터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농업·농촌·농업인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업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 그 실마리를 찾아줘야 한다.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려 살맛나는 농업·농촌이 되도록 적극 뒷받침해주길 기대한다. 다가오는 임인년 문턱에 품어본 농업인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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