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농사비법을 알려 드립니다 - 충남 당진 장석남·최명애 부부

충남 당진 최명애씨(한국생활개선당진시연합회 회원)는 남편 고향에서 대를 이어 3만9669㎡(1만2000평) 논에 4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다. 10여 년 전, 남편 장석남씨와 함께 쌀벼 새일미와 찰벼 동진찰을 섞은 혼용쌀을 개발하면서 판로를 넓혔다.

▲ 장석남·최명애 부부는 멥쌀과 찹쌀을 최적의 비율로 섞은 혼용쌀을 개발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새일미·동진찰 함께 혼합재배로 밥맛 극대화
자연광서 수분측정해 찹쌀 건조에 노력

수확시기 맞춘 품종 찾다
“집에서 쌀을 섞어 먹으니까 밥맛이 좋았어요. 상품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쌀벼와 찰벼를 같이 심기로 했죠.”
좋은 밥맛을 이루는 최적의 품종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도 우수품종으로 알아주는 ‘새일미’를 재배합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밥맛이 우수한데 수량도 좋게 나오죠. 그리고 새일미와 수확시기가 비슷한 찰벼를 물색해 ‘동진찰’을 찾아냈어요.”
장석남 대표는 벼농사가 기계화됐기 때문에 벼가 자라는 키가 비슷해야 되고, 익는 시기와 수확시기를 맞출 수 있는 품종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작은 면적이면 낫으로 골라 벨 수 있지만 농기계로 한꺼번에 수확하니까 여러 조건들이 최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했어요.”
장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여러 품종의 쌀벼와 찰벼를 시범 재배하면서 숱한 과정을 겪으며 5년 이상 꾸준히 노력한 끝에 새일미와 동진찰의 궁합을 찾아내게 됐다.
“7:3 비율로 멥쌀과 찹쌀을 혼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5:5로 섞었더니 너무 찰지더라고요. 나만 먹어서는 혼자 생각이고 모릅니다. 소비자가 먹어보고 좋다고 해야죠.”
그는 혼용쌀을 포장하기 전에 포장지를 펴놓고 최적의 비율을 찾아 때로는 7:3으로, 6.5:3.5로 섞고 있다고 했다.

혼용쌀 800포대 전량 판매
최명애씨는 남편이 연구한 혼용쌀밥을 맛보면서 조언해 혼용쌀이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벼 생산과 정미소에서 도정해오는 남편이 도와 혼용쌀 주문전화를 받으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햅쌀 수확을 앞두고 여러 고객에게 혼용쌀은 언제 나오냐는 문의전화를 많이 받아요. 주문서에 고객들의 요청사항을 메모해 놓습니다.”
그중 신규고객은 혼용쌀을 받아보고 정말 찹쌀이 섞인 거냐고 의심 섞인 전화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때는 쌀만 보이고 섞인 찹쌀이 잘 안 보여요. 찹쌀이 뽀얗게 안 보이니까 속은 기분이 드는 거죠. 여러 차례 비율을 섞으면서 찹쌀을 너무 건조시켰더니 맛이 떨어졌어요. 일부러 찹쌀을 덜 말려서 섞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말라서 나중에는 찹쌀이 뽀얀 빛을 냅니다.”
장석남 대표는 수분측정기를 사용해 찹쌀을 햇볕에 자연건조 시키며 적당히 말리는 방안을 터득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찹쌀이 말라도 밥맛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문을 가지는 고객에게 일단 먹어보고 맛 없으면 전화 달라고 말하는데, 그뒤에는 한 번도 전화 오는 곳이 없었어요.”
장석남 대표는 처음에는 혼용쌀을 3000평에서 시작했다가 먹어본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면서 제주도까지 고객이 있다고 한다. 현재 2만6518㎡(8000평)에서 혼용쌀만 20kg 기준 800포대를 생산했는데, 올해 수확한 혼용쌀은 전량 판매됐다.
“농협에는 단일미만 일부 내고, 혼용쌀은 직거래로만 택배비 포함 6만6000원에 판매합니다. 이렇게 판매하니까 어디서 소득이 더 높은지 확실히 알게 됐죠.”

혼용쌀 시장 확대되려면…
장 대표는 혼용쌀을 먹어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한다면서, 농업인들이 판로개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만 믿다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업인이 원하는 농산물 가격을 못 받아요. 먹어본 고객들은 혼용쌀 아니면 아무리 맛 좋다고 해도 못 먹겠다고 그럽니다.”
장석남 대표는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교육을 들으면서 특이하게 농사짓는 방법을 발표해 농업인들과 정보 교류를 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농업인들이 협업해서 혼용쌀 시장을 규모 있게 개척하면 좋겠어요. 협동조합으로 뭉쳐서 판로를 넓히면 혼용쌀도 큰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개인이 혼용쌀을 판매하고 있지만 혼용쌀 가치를 높이면 엄청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장석남 대표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혼용쌀 재배에 관심 있는 농업인에게 자신이 개발한 연구비법을 나누고 싶다며 뜻있는 농업인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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