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겨울 추위가 농촌에도 찾아들고 있다. 24절기 중 큰 눈이 온다는 대설을 지나 12월22일 동지이후에는 연일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접어든다. 이번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해인사 인근에 들렸는데, 가야산 골짜기라 해가 일찍 저물고 사람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조용했다.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입식문화가 익숙한데 등이 배기진 않을까 염려했다.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따끈한 방바닥에 몸을 뉘이니 찜질방에 온 것처럼 피로가 사르르 녹고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그 날의 기억이 좋아서였을까. 농촌에 차갑게 방치된 공간들에 눈이 간다. 논과 밭을 배경으로 쓸쓸히 놓인 버스정류장도 다시 보게 된다. 지역의 농특산물로 디자인돼 딸기버스정류소, 단감버스정류소 등 겉보기 좋게 만든 곳은 있어도, 대부분 칠 벗겨지거나 찢어진 의자가 놓여있다. 벽돌로 정류장을 지어 숭숭 뚫린 구멍으로 바람 드는 버스정류장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도시에서는 교통약자를 위한 발열의자, 바람막이텐트를 지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해준다. 한 번 엉덩이를 붙이면 온돌방에 앉은 것처럼 따끈해져 일어나기 아쉬울 정도다. 나아가 정류장에 스마트폰 충전기를 설치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겨울은 농업인들이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휴식기와 접해있다.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농촌 환경을 윤택하게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 유난히 농촌의 겨울이 무심하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