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12)

‘하늘이 보내준(Godsend)선물, 농촌노인 위한 9센트(cent, 100원-취재 당시 환율) 택시’
미국의 저명한 일간지 <뉴욕타임스>신문이 한 주간 가장 화제가 된 뉴스 10가지를 전하는 <주말뉴스 브리핑>에서 여섯 번째로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우리나라 충남 서천군이 운영하는 공공형 택시인 ‘희망택시’를 소개한 기사다.

<뉴욕타임스 >는, 기사의 끝머리에서 “이 아이디어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농촌 대중교통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흔히 ‘100원 택시’로 불리는 이 희망택시는 서천군이 8년 전인 2013년 6월, 농촌의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복지 마련에 착안해 처음 조례를 만들어 정착시킨 ‘공공형 택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고령화, 탈·이농에 의한 농촌공동화는 서천군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960년대 16만 명이던 인구 수가 올해 그 절반도 안 되는 5만10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고령층 노약자들은 자연 교통약자가 되고, 이들의 발이 돼주던 버스는 수익감소로 운행을 축소하거나 멈춰섰다.
자기차 없는 노약자들은 발이 묶인 ‘육지 속의 섬’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예전에는 시장을 가자 해도, 병원을 가자 해도, 건강한 70노인 걸음으로 1시간이 족히 넘게 걸리는 10여 리 시골길을 너 나 할것 없이 타박타박 걸어다녔다.
그 길을 이제는 쌩하니 택시로 간다. 택시를 불러타고 면소재지나 읍내에 나가 장도 보고, 병원에도 가고, 자장면도 사 먹고... 텃밭에서 잘 키운 푸성귀도 읍내장에 내다 팔고 생필품도 사 온다. 심심하면 짬내 읍내 장구경을 두 번도 가고, 세 번도 간다.

그렇게 하고 택시 타고 집앞까지 와서는 달랑 100원만 내면 된다. 딱히 쓸데가 별로 없는 은색 동전 한닢 건네는 손이 부끄러워 질 때도 많다. 그래도 주민들은 환한 얼굴로 한 입처럼 말한다. “효자가 따로 읎서!”, “신이 내린 선물이여~!”

# 희망택시는 한 주에 2~4일, 주민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주로 장날 아침과 점심때 운행한다. 운행구간은 마을회관 앞에서 읍·면 소재지, 전통시장이다.
서천군에서 이 희망택시가 인기리에 운행되자, ‘효도택시’, ‘행복택시’ 등의 이름을 내건 공공형 택시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79개 군에서 운행 중이다.

활력을 잃고 시름시름 늙어가는 농촌을 다시 되살리는 방법의 하나로 도입된 희망택시야말로 ‘혁명적’이란 말에 걸맞는, ‘주민을 찾아가는 복지행정’의 롤모델이다. 웃을 일 하나 없는 우리 농촌에 이름 그대로 웃음 가득한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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