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가천대 독서코칭 책임교수

"올해 여성계 이슈는 
단연 비혼, 육아, 출산, 
그리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교제 살인, 페미사이드, 취업,
성평등과 정치 쟁점화다.

여성문제가 정치화돼 
피곤한 지경에 이르렀다. 
필요한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 김신영 시인·가천대 독서코칭 책임교수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곳곳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고 방역과 백신 접종에 동참하면서 한 해를 채우고 있다. 더구나 사회적 어려움이 있을 때 여성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특별히 여성에게는 더 힘든 해였다. 
올해 여성계 이슈는 단연 비혼, 육아, 출산, 그리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인 교제 살인, 페미사이드, 취업, 성평등과 정치 쟁점화 등을 들 수 있으며, 특히 여성계의 이슈가 모조리 정치화되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흔히 ‘이대남’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십대 남성의 의견에는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심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대녀’ 즉 이십대 여성의 표심에는 무관심하다. 이대남의 의견은 이슈화가 잘되며 그들의 관심사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만, 이대녀의 문제는 수면 아래에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잠재적 피해자의 항거와 항변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는 것은 여성의 불안과 어려움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계의 이슈 중 큰 문제는 ‘비혼’이다. 비혼주의는 많은 여성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유로운 삶’과 더불어 ‘삶의 주도권’에 관한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비혼주의 여성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그와 더불어 육아는 여성의 활동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하는 요소로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최근 이슈화돼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교제 살인’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해악이다. 이 역시 자율권과 선택권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는 페미사이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여성이기에 살해당한다(Female+Homicide)’는 것은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와 여성 살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된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끊이지 않는 ‘여성 살해’의 주범은 주로 지인이며, 지인에 의한 살인이 지난해 97건이 일어났고, 살인미수는 131건으로 1.6일마다 여성 1명이 친밀한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터키에서는 올해만 345명이 가정폭력 등으로 살해당했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은 여성혐오라는 재앙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매년 20만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을 겪지만 신고는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은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가부장적 사회로 여성의 지위가 세계적으로 낮다. 

올해 여성계의 뜨거운 이슈 중 또 하나는 ‘페미니즘’에 관한 논쟁이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의 성향을 보이기만 해도 ‘꼴페미(꼴통페미니스트)’나 ‘메갈(과격하다고 비난받는 페미니즘운동의 한 갈래)’ 등의 용어를 통해 부정적 의미와 맹비난을 유도해 여성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관행을 보인다. 또 여성계의 의견을 무조건 정치화해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하며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 특히 모정당 대표는 이대남의 의견을 업고 대표가 된 탓인지 젊은 남성의 의견에만 관심을 보이며 그 반대편에서 죽어가는 여성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남성만 옹호하는 언변으로 물의를 빚는 등 무늬만 청년이고 의식은 수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인다. 

여기에 ‘지나친 정치화’로 한국사회는 피곤하다. 여성문제도 이처럼 정치화해 피곤한 지경에 이르렀다. 필요한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여성문제로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에 이용하는 태도는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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