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보건대학 전통조리과 김 상 보 교수

 

섣부른 도전보다 한식 기초연구 뒷받침돼야
세계인 미각 천차만별…현지화 노력 필요
여러 품목보다는 단일품목으로 우선 승부해야


“지금 정부에서는 한식을 세계화하겠다며 갖가지 정책과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조차 한식당이 점차 줄고 있어요. 국내 유명 호텔에서도 전통 한식당이 사라지는 마당에 한식세계화는 모순이 있지 않나 싶어요.”
한식세계화에 대한 한마디 질문에 대전보건대학 전통조리과 김상보(60) 교수는 우리나라 내에서의 한식의 위치를 꼬집으며, 한식세계화가 쉽지 않은 여정이라고 밝혔다. 섣부른 접근보다는 체계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세계화의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앞서 말한 것처럼 한식당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 음식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재료비·인건비는 물론 조리시간도 긴 편이죠. 예를 들어 일식은 밥만 해서 생선회만 얹으면 되지만 우리 곰탕의 경우 제대로 된 국물맛을 내려면 이틀 정도 뼈를 우려내야 하고 인건비도 그만큼 더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도 사람들은 비싸게 주고 먹으려 하지 않아요.
제 생각엔 일본의 초밥보다 곰탕을 더 비싸게 받아야 합니다. 초밥을 몇 만원씩 받으면서 곰탕은 5천원 받으니 어느 외식사업체에서 한식을 경쟁력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음식의 계량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음식의 코스트(인건비, 재료비, 시간)를 절감해 세계에 내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해요.

비빔밥을 세계화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비빔밥은 세계화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세계는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국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식문화도 제각각입니다. 음식의 세계화라고 하는 것은 어느 한 문화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이슬람 문화권 같은 경우 돼지고기를 안 먹잖아요. 인도는 소를 안 먹고요. 동양권에서는 감칠맛이 있는 음식을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감칠맛 보다는 치즈 같은 것을 맛있다고 느끼죠.
그렇기 때문에 비빔밥을 수출할 경우 식재료부터 각 나라의 식문화와 입맛에 맞추기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해요. 그 후에 고추장의 기호도와 품종, 매운맛을 꺼리는 나라에는 어떤 소스를 쓸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하고요. 나물도 먹기 편하게 정량화하고 위생적인 포장을 해서 먹기 전에 바로 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국산 나물이 사용돼야 하지요. 그래야 농가소득도 높아질 것 아니겠어요.
비빔밥을 담는 그릇, 그리고 비빔밥과 어울리는 술도 함께 수출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이 처럼 비빔밥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소위 유명세를 타고 있거나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연구비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어요. 그들은 또 담당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하고 있고요. 예산이 헛되이 낭비되는 것이죠. 이러한 것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것인가가 숙제입니다.

한식이 실질적으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다고 생각하는지요?
-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이죠. 쌀 문화권에서 맛있다고 느끼는 식미감과 빵 문화권에서 느끼는 감정은 달라요. 우리가 먹는 쌀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빵 먹는 사람들도 맛있다고 여기는 것은 오산이에요. 이탈리아 피자가 세계화돼 우리도 맛있게 먹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쌀 문화권에서 느끼는 맛있다는 감정이 빵 문화권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에요.

김치는 이미 세계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보는데요…
- 우리 김치는 그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고춧가루를 넣은 것과 안 넣은 것, 물김치, 보쌈김치 등등. 종류가 다양한 것은 강점인 만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수출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한국 김치는 오직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를 수출하는 것과, 포장재가 단순한 것도 문제입니다.
김치를 수출할 때는 김치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 문화까지 수출해야 해요.
포장재도 한국냄새가 물씬 풍기는 용기를 사용하고, 용기에 김치의 종류나 유래 등을 표기한다면 우리의 식문화를 알리는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수출하는 만큼 치밀하게 전략을 짜야합니다.

최근에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정부의 지원으로 떡볶이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떡볶이는 조리법이 어렵지 않아 세계화가 용이할 것 같은데요….
- 떡볶이 하나만으로도 세계화 성공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만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 전통 떡볶이도 원래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옛날 떡볶이는 길이도 현재보다 짧았고, 고기도 들어가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원형이 변형돼 대중이 즐겨먹는 음식이 됐지만요.

냉면이나 삼계탕의 세계화 가능성은 어떤가요?
-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시원한 동치미에 세계인 누구나 좋아하는 고기와 국수(메밀)가 들어가기 때문에 세계화 가능성이 있어요, 면은 건조시켜 포장하면 되고요. 다만, 그릇이나 면발 등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삼계탕은 육류라 하더라도 서양인이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해요. 그러니까 연구가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한식의 장점과 세계화를 위한 선행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위생과 정성만 담보된다면 한국음식은 단연코 장수음식이라고 봅니다. 굳이 유기농이 아니래도 우리의 식재료는 요즘 말하는 웰빙음식이에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제대로 된 지원을 한다면 식품산업은 부가가치가 굉장히 높은 산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세계화 가능성이 높은 한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 접근성도 높고 많이 대중화된 떡볶이, 냉면, 빈대떡 등이 가능하지 않을까 봅니다. 비빔밥은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연구할 것도 많아요. 욕심을 내지 말고 하나의 음식이라도 제대로 연구하고 세계에 내놔야 해요. 한식을 세계화한다고 너무 많은 음식의 레시피를 만들고 계량화하고 있어요. 지금 정부나 관련업계에서 세계화한다고 하는 음식들의 레시피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왜 거기에 돈을 또 투입하는지 의아해요.
계량화하고 레시피만 만들면 곧 세계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음식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이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한식전문 요리사나 전문가들을 먼저 보내야 하는 것 아닌지요?
- 그렇긴 하지만 얼마나 이론적으로 무장된 조리사를 보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공동연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해요. 공동연구를 하더라도 어느 특정 품목을 중점 연구한 다음 점진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야지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연구하고 세계화하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일본의 경우 초밥 하나를 가지고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초밥 하나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성공한 겁니다. 초밥이 세계화돼 비싸게 팔리게 되니까 소스인 기꼬망 간장이 덩달아 팔리고 있어요.
세계화를 구상할 때 처음부터 여러 음식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단일품목으로 차근차근 전략을 짜서 성공시켜야 해요. 그 이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욕심을 낸다고 될 일이 절대 아닙니다.

한식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유명한 요리사, 푸드스타일리스트, 관련기자들을 초청해 한식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는데요…. 
- 맞습니다. 지금은 한식세계화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학자적인 입장에서 얘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도를 걷는 것이 진실이 아니겠습니까? 관련 부처에 음식을 전공한 공무원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알기론 없는 것 같아요. 음식명인도 너무 남발하고 있어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외국의 한식당에서도 음식과 함께 문화를 판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한 나라의 식문화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따라다니는 술이나 풍악, 무용 등 주변 모든 환경이 포함되는 것을 뜻합니다.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문화를 먹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요. 그런데 아직 우리의 식문화는 문화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아요.
정부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모두 아우르는 지원과 치밀한 연구를 해야만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대담 = 채희걸 본지 발행인
 정리 = 송재선 기자

 


김상보 교수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식품학을 전공한 이학박사.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 객원교수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강사와 충청남도 문화재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다.
‘조선왕조궁중의궤음식문화’ ‘한국의 음식문화생활문화사’, ‘조선후기궁중연향문화’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으며, 전통식문화 관련 논문을 여러편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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