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 명예교수/사회학

"젠더 평등은 시대정신이며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비록 여가부의 정책방향이 
젠더평등에 모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차기 정부에서 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 박옥임 순천대 명예교수/사회학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여 일 남았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여성이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어느 당 대표가 남성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젠더 지우기의 정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각 당의 대통령 후보마다 자신들이 ‘젠더 평등’의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일부 세력에 편승해 거대 양당의 후보들은 새로운 명칭까지 제시하며 여성가족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처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여성가족부 해체와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할 수가 없다. 

여성가족부의 주요 업무영역은 크게 청소년, 가족, 양성평등, 인권보호 등 네 가지다. 이중 청소년과 가족업무는 미래세대를 키우는 보육과 아동·청소년 업무, 그리고 아이돌봄을 포함한 다문화, 한부모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가족정책을 총괄하고 있어 업무의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않다. 예전의 보건복지부 업무에서 여성가족부 설립과 함께 이관돼 왔기 때문에 축적된 정책수행의 성과나 실적이 탄탄해 논란이 거의 없는 편이다.  

문제는 여성가족부 존립의 가장 큰 핵심인 양성평등과 인권보호 영역에서 발생한다. 최근 양성평등과 관련한 국제지표인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남녀개발지수는 10위권으로 경제 순위와 유사하게 올라섰다. 그런데 성격차지수(GGI)는 세계 최하위권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 여성고용률은 OECD 평균(59.0%)보다 낮은 56.7%에 그치고 있으며, 특히 35~39세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은 매우 심각해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60.5%로 OECD 38개국 중 36위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저조한 여성경제활동은 양성평등정책이 국가차원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권보호는 여성가족부의 취약분야다.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 넘비오(NUMBEO)에 따르면, 2021년 대한민국은 137개국 중 20번째로 안전한 국가다. 하지만 세계가 인정하는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생명의 위협으로 불안해한다. 최근 한국여성의전화는 ‘2020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이 목숨을 잃은 경우가 97명, 살인미수로 겨우 살아남은 여성은 131명으로 1.6일에 1명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는 가장 기본적인 통계조차도 내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얼마 전 스토커에 의해 한 여성이 10일 넘게, 어떤 때는 하루에 10번이 넘게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끝내 피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후약방문격으로 서울치안 최고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성폭력, 가정폭력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그 수법도 잔인해지는 데도 여성들을 위한 인권보호는 ‘강 건너 불구경’처럼 가시적인 정책적 대안 없이 무기력하니 여성가족부가 지탄을 받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여성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여성부, 여성가족부로 이어지는 행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젠더 평등은 시대정신이며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비록 여성가족부의 정책방향이 젠더평등에 모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차기 정부에서 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여성가족부의 슬로건이 실현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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