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책임자·법인 등 징역형과 벌금 등 양벌처벌 규정 있어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두 달 앞두고 농업계도 제도 정착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현장.

농업법인 대표·농협 조합장 등도 처벌대상 가능
재해예방 위한 예산은 오히려 줄며 법 취지 역행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두달 앞둬
지난 2016~2020년에 농작업 사고로 1282명의 농업인이 유명을 달리했다. 연평균 256명에 달할 정도로 재해 고위험산업인 농업은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를 봐도 2019년 재해율 0.81과 사망만인율 1.13은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 0.58, 사망만인율 1.08을 훨씬 웃돌았다. 그래서 내년 1월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로 인한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부상·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법인은 사망 시 50억 원 이하의 벌금, 부상·질병은 10억 원 이하가 부과된다. 이 법은 경영책임자와 법인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도 특징이다. 다만,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고, 2024년 1월27일부터는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되게 된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 강검윤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882명이었고, 올 8월까지 610명이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안전과 보건에 관한 투자를 확대해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게 이 법의 취지”라면서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지 처벌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목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구체성이 없어 현장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경영책임자를 규정한 법률 내용이 불명확하고 모호하며, 사망자에 속하는 질병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입법취지와 달리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모두가 포함될 수 있다”면서 “뇌심혈관질환과 직업성 암 등은 인과관계 명확성, 사업주 예방가능성, 피해의 심각성 등을 충족하지 않음에도 중대산업재해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책임과 벌금 이외에도 손해액의 5배까지 물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잉입법으로 재해로 인한 사망은 사업주가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통상 손해배상의 범위를 손해액의 3배로 정하고 있는 다른 법과의 형평성에 맞춰 3배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업계 파급력, 예측 못해
처벌규정 이외에도 농업계가 눈여겨볼 건 중대산업재해 중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24개의 직업성 질병은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열사병’, ‘동물이나 그 사체, 짐승의 털·가죽 등 물체를 취급해 발생한 탄저 또는 브루셀라증’, ‘인·납이나 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급성중독’ 등 작업환경과 농약중독 등으로 인한 재해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재해는 반드시 중대산업재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경미하지만 반복되는 산업재해도 포함된다.

정부는 사소한 사고가 반복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어 경미한 재해도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중대한 사고 예방뿐 아니라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위험 제거에도 힘써야 한단 뜻이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재해자수는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50명 미만 사업장에서의 발생이 전체의 86.9%를 차지하고 있어 영세한 사업장이 많은 농업법인 등이 재해예방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김태국 안전지원본부장은 “상시근로자수 50명 미만의 재해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전체 사망자수 비중도 80%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정부가 중소사업장에 집중해 예산과 인력을 늘리면 재해율 감소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안전관리자 채용과 업무위탁에 따른 지원제도를 수립해 제도 정착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재해예방을 위한 예산과 사업에 치중해야 함에도 현실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10월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 등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되레 재해예방을 위한 예산을 줄이는 건 법 취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농업안전보건센터 사업에 내년 예산이 16억 원 중 6억 원만 확보했고, 농진청의 안전재해관리 기술개발연구사업도 20억 원 중 8억 원만 확보됐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농업법인 대표나 농협의 조합장들이 처벌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재해예방을 위한 관련 예산 확보와 전담부서 상시화를 촉구한 바 있다.

한 안전보건센터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예산과 정책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하고, 특히 재해를 예방하는 시스템 마련에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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