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기후변화 위기 극복하는 그린R&D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계획을 수립했다. 기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농업분야에서도 탄소저감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성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촌여성신문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 현황을 4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③ 탄소저감을 위한 폐자원 활용 화학비료 대체기술 표준화(농업환경부 유기농업과 안난희 연구사)

▲ 농수축산 부산물 발효비료 제조과정에 꼭 필요한 미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난희 연구사

유기질비료 원료인 수입유박 대체효과 
농수축산 부산물 처리비용 절감에 기여
농가활용 제고 위한 생산시스템 구축 과제

수입 유박 대체할 비료원료를 찾아...
“친환경농산물 재배농가에서는 화학비료를 대신해 작물의 양분관리를 위한 자재로 유기질비료를 사용합니다. 이 유기질비료의 재료가 되는 아주까리 유박은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데, 그 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2만5천 톤에 달합니다. 이에 친환경농업을 위해서는 수입 유박을 대체할 유기질비료 개발이 필요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농축수산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수입 유박 대체비료를 개발하고 양분공급 효과를 비교분석 했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농가에서도 손쉽게 다양한 비료 원료를 섞어 유기질 발효비료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안난희 연구사(사진)는 농업분야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화학비료 대체재 확대를 위해 국내 농축수산식품 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한 화학비료 대체용 농자재 제조기술을 표준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대통력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4월 수립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농업 확대와 화학비료 감축 정책목표가 그 배경이 됐습니다. 정부는 8만2천㏊(2019년)인 친환경재배 면적을 2030년에는 47만4천㏊까지 늘려 전체 경지면적의 30%를 친환경농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화학비료 사용량도 26% 감축할 목표를 세웠죠.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자원순환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친환경비료 원료인 유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최적의 부산물 발효비료 제조법 정립
2018년부터 3년간 수행한 이 연구에서 안난희 연구사는 ▲화학비료 대체재 개발을 위한 국내 부산물 현황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비료 자원 선발 ▲부산물 활용 대체재의 비료품질 확보를 위한 제조기술 정립과 효과 검증 ▲저탄소 농업기술 확산을 위한 영농기술 보급과 정책지원 마련 등에 목표를 뒀다.
“발효비료 개발을 위해 먼저 국내에서 발생하는 농수축산식품 부산물 60여 종에 대해 발생량, 발생시기, 비료 함량, 질소공급 잠재량 등 농업적 활용가치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비료 원료인 어분, 참깨박, 골분, 미강 외에 비료성분, 유기물 함량 등 비료공정규격과 비료효과·피해 등 적합기준을 평가한 후 주정박, 맥주박, 막걸리박, 어류가공 부산물, 불가사리, 버섯폐배지 등 10종을 후보군으로 선발했습니다. 그중 어분, 참깨박, 미강, 주정박 등을 혼합한 후 발효해 수입 유박과 대등한 비료 성분과 양분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자재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 발효비료 제조 공정

안 연구사는 이들 원료 배합비에 따른 비료함량 산출, 온도·수분 등 제조조건별 비료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제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를 통한 화학비료 대체 농자재 제조기술 표준화로 비료 품질을 확보하고 상품화와 농가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안 연구사가 연구를 통해 개발한 농수산 부산물 활용 유기질비료 제조법은 미강 20㎏, 참깨박 30㎏, 주정박 30㎏, 어분 20㎏에 물 30리터를 넣어 골고루 섞은 뒤 비닐봉투에 담아 밀봉한 후 상온(20~30℃)에서 21일간 발효시킨 후 사용하면 된다. 제조된 발효비료는 밀봉조건에서 90일간 비료성분 함량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제조한 발효비료의 효능은 기존 유기질비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질소 함량은 5.0%, 인산 2.2%, 칼리 1.0%로 이 발효비료를 상추, 배추, 토마토 등에 적용한 결과, 혼합유박과 비교해 93~104%의 대등한 생육특성과 수량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토양화학성과 미생물상 비교에서도 기존 유기질비료를 처리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안난희 연구사는 부산물 활용 대체비료 사용을 통해 연간 4916톤의 화학비료와 80억 원의 환경처리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물 적용시 수량과 토양건강 이상무
“제가 개발한 수입유박 대체 기술에 대해 경기도 여주와 전북 남원, 정읍, 경북 봉화 등 4개 지역의 농가에서 유기농 감자, 배추, 무를 대상으로 양분공급 효과에 대한 현장실증시험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유기질비료 대비 봄감자는 98~100%, 가을무와 배추는 120%로 수량이 비슷하거나 증가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발효비료 실증시험에 참여해 실제 이 비료를 직접 사용해본 농가들은 유기질비료의 원료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한 비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농가들이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는 업체에서 제품화돼 더 많은 농가들이 이 발효비료를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더군요.”

한편, 안 연구사가 개발한 발효비료 제조법은 농가나 작목반 단위에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제조과정에서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료를 혼합할 때 사료배합기를 활용하면 제조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또한, 원료를 구입할 때 농가 단위 구매보다는 작목반 등 여러 농가가 함께 구매하면 단가도 낮출 수 있다고 안 연구사는 조언한다.

“아주까리 유박은 가장 저렴한 유기질비료 원료로 인도 등지에서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어요. 제가 개발한 대체비료에 사용된 참깨박, 미강, 주정박, 어분 등 국내 부산물의 단가가 현재는 아주까리 유박보다 2~6배 높아 아주까리 유박으로 제조한 유기질비료보다는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부산물을  비료화함으로써 수입 유박을 대체할 수 있고, 이와 함께 폐기물 처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 연구사는 이 기술의 영농현장 활용을 위해 액비 활용 책자, 비료 제조 리플릿 등을 발간하고, 농업기술동영상도 제작·보급·교육 하는 등 7건의 영농활용과 국내 부산물 비료자원 활용 촉진을 위한 ‘친환경농자재 지원사업’에 자재 원료 지원을 추가로 요청하는 등 2건의 정책제안도 이끌어냈다.

수입 유박비료에 맞설 지원․관심 필요
이 기술의 실용화와 정책적 뒷받침을 위한 과제도 아직 남아있다고 안 연구사는 말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신기술보급사업을 추진해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농가가 자가제조해 활용하는 단계인데, 제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시스템 구축과 제품 등록 등을 추진해 농가 활용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번 연구는 수입 유박 대체비료 개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수입 유박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 개발과 보급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개발된 국산 유기질비료가 비료업계와 농업현장에서 저가의 수입 유박비료에 맞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농업 확대와 화학비료 감축 등 국가 정책목표 달성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안 연구사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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