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요즈음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사랑, 봉사, 베품, 용서의 물결이 우리사회에 크게 일렁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 시점에 우리나라에 서광(瑞光)이 비친 것이다.
참사랑이 배어 있는 가정이나 일반 공동체는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고 합해져 잘 되고 행복하게 된다. 옛날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사랑의 기본단위인 부부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부부가 참다운 사랑을 하고 행복을 서로 만끽하면 그로부터 이 사회는 저절로 밝아질 것이고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영원한 삶의 주제이다. 나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항상 함께 하고 싶어 하며, 둘이 하나가 되고자 지향하는 마음이 사랑이다. 이처럼 남녀가 서로 사랑하며 조화를 이루어 사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가 다정한 부부 사이를 말할 때 흔히 금슬이 좋다는 말을 한다. 금(琴)과 슬(瑟)은 원래 옛날에 음악을 연주할 때 사용하던 거문고로 이 둘은 서로 조화를 잘 이루어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으므로 꼭 붙어 다니게 됐다. 그런데 금은 여성이 연주하는 작은 거문고였으므로 아내를 뜻하게 되었고, 슬은 남성이 연주하는 악기였기 때문에 남편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남녀의 참사랑을 비유하는 말에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 백락천(白樂天)이 당 태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읊은 장한가(長恨歌)의 끝 구절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在天願作比翼鳥),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싶다(在地願爲連理枝)’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비익조는 암수가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다. 그리고 연리지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서로 가지가 맞붙어서 결이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를 일컫는 말이니 비익조나 연리지는 부부간의 애정이 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부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결혼을 통해 한 가정을 연리지처럼 한 몸을 이루고, 비익조처럼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살아간다면 비익연리의 사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이란 말처럼 그렇게 쉽고 흔한 것은 아니다. 욕망은 모든 것을 생동하게 하지만 소유는 그것을 시들게 한다.
부부의 사랑 또한 오랜 세윌 함께 살다 보면 그 열정이 식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부애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월에 따라 리모델링도 필요하다.

사랑하지 않을 사람과 사랑하면 사랑을 잃지만 사랑할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된다. 부부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인생의 동반자로서 끝까지 사랑해야 할 사람이다.
모든 사랑에는 겸손함과 낮아짐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어느 신부(神父)님이 말씀한 연탄불 사랑이 생각난다. 연탄불을 잘 피우려면 불이 붙은 연탄을 밑에다 넣고 위에 있는 불이 안 붙은 연탄과 구멍을 잘 맞추어 놓아야 한다. 불붙은 연탄이 위로 올라가거나 구멍을 안 맞추어 놓으면 연탄은 둘 다 꺼져 버린다.
삶을 살아가면서 비익연리의 사랑과 연탄불 사랑을 자꾸 되새김질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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