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김제 ‘산지뜸농원’ 김동권 대표

3대째 사과농사 잇는 ‘사과의 장인’ 자부심
9년 연속 무농약검출로 ‘껍질째 먹는 사과’ 자리 잡아

▲ 김동권·김승미 부부

전북 김제시 용지면은 전체가 해발고도 50m 미만의 구릉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농업지역이다. 용지면은 용이 사는 못이란 뜻답게 크고 작은 저수지가 16개에 이른다. 여기다 만경강유역의 넓은 평야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물이 풍부하고 관개수로가 잘 발달돼 논과 밭농사가 다양하게 발달했다.
만경강을 사이로 익산시와 김제시로 나뉘는 목천교를 앞두고 광활하게 펼쳐진 백구평야를 가로지르면, 나지막하게 자리한 봉의산(61.5m)이 반긴다. 그 아래로 50여 세대의 신사마을이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다. 

신사마을 아래 저만치 굽어보이는 곳에는 용지면에서 3대째 사과농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동권 대표(45)의 ‘산지뜸농원’이 수확을 앞둔 빨갛게 익은 사과들을 주렁주렁 울긋불긋 뽐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2004년도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오던 사과농사를 저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농사에 뛰어들었죠. 그렇게 사과농사꾼으로 살아 온지가 벌써 18년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서 원예학 복수전공에 
사과관련 5개 과정도 이수

김동권 대표는 김제 용지면이 고향이다. 남성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생물환경학, 그리고 원예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사과농사를 이어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예학을 복수 전공했지요. 사과농사에 대한 자부심도 작용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저의 할아버지 김관묵씨가 김제시에 1977년 최초로 사과나무를 도입한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농사에서 은퇴하신 아버지(김재호·83)도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과농사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3대째 사과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지요.”

▲ 산지뜸농원의 사과(부사) 수확 앞두고 있는 모습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과농사를 지으면서도 농사관련 배움터를 계속 찾아다녔다. 김제지평선대학, 전북대 최고경영자과정 사과과정과 배과정, 그리고 다시 한국벤처농업대학, 또 이듬해는 마이스터 대학도 졸업했다. 이 같은 열정은 과학영농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김 대표의 판단 때문이었다.
“사과농사는 저한테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아내(김승미·38)의 고향이 경북 문경인데 사과 과수원집 딸이거든요. 그렇다보니 저와 아내 둘이서 사과농사를 꾸려가는 데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사과와 배를 합해 7천여 평에 달했다. 부부가 과수원을 운영하기는 너무 벅찬 규모였다. 그래서 일꾼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사과의 품질이나 수확의 정도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럭저럭 사과농원을 꾸려가던 중에 2012년 태풍 볼라벤을 맞았습니다. 사과농장은 엉망이 됐지요. 그래서 수목의 건강성을 강화하고, 친환경 무농약 사과로 승부를 걸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대대적인 사과나무 간벌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농장규모도 대폭 줄여나갔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3천 평까지 줄이게 됐지요.”

김동권 대표의 대대적인 사과수목의 개선과 친환경무농약 농업은 주변에서 인정을 받았다. 5년 연속 소비자 직판 100% 완판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전북에서 9년 연속 농약잔류검사에서 불검출이 된 농장은 아마 제가 유일할 겁니다. 그래서 ‘껍질째 먹는 사과’를 콘셉트로 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국의 소비자들이 산지뜸농원 사과하면은 ‘껍질째 먹는 사과’로 먼저 인정을 해주고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김동권 대표가 김제시를 찾아 사과즙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기부를 해오고 있다

산지뜸농원은 이런 결과로 전국우수농가 2000에 선정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친환경인증과 생산이력제 번호도 부여받았다.
김 대표는 다양한 사회활동은 물론 어려운 이웃과 주변에 사과즙과 사과상자 등은 물론 필요한 물품 등으로 수년째 기부도 이어오고 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하루에 18시간 이상씩 일을 했습니다. 그래야 경쟁에서도 살아남고, 좋은 사과도 생산할 수 있다고 믿었지요. 그렇게 몇 년 지나다보니 몸이 말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부부가 관리할 수준의 스마트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췄습니다. 이제 농사에서 최소한의 스마트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과수원을 좀 더 북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온난화와 다양한 병해충의 발생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다보니 일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 배웁니다. 변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게 돼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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