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 – 충북 음성 자미예담 김선희 대표

맛이 좋은 음식에 선조들은 ‘자미롭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충북 음성 자미예담 김선희 대표(한국생활개선음성군연합회 회원)는 복숭아 농사를 지으면서 지역 농특산물인 인삼 등을 폐백과 이바지음식으로 가공한다.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임금님상에 오른 구절판에 들어가던 인삼정과와 금귤정과, 육포 등 전통음식을 손수 만든다.

복숭아 저농약 재배하며 복숭아청 개발
젊은 도시민에 맞춰 전통음식 판로 확대

전통음식기능보유자 되다
20대부터 전통음식에 관심을 가졌던 김 대표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음식공부를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배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한식의 대가로 손꼽히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의 제자가 돼 전통음식을 배웠고 전통음식기능보유자를 취득했다. 연구소에서 1800년대 선조들의 세시풍속 음식을 담은 ‘동국세시’ 고서를 현대식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동국세시기’를 공동저자로 펴냈다.

“고서에는 정확한 정량 없이 적혀있어서, 당시 식재료를 찾아보고 연구해서 조리법을 재연했어요. 책을 펴내면서 옛날에는 1월~12월까지 참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연구소에서 6년 과정으로 전통음식을 공부하고, 지난 4월 ‘평화통일 기원 한국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의례음식 단체전 종합 대상을 수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도시민에 인기 ‘복숭아청’
“하루종일 농사만 짓고 싶지는 않았어요. 새벽부터 밭에 가고, 귀가하면 식사준비하기 바빠서 농촌여성들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농사짓다 보면 다른 새로운 것을 못 보게 되더라고요.”
농사병으로 얻은 목·허리디스크와 손목 염증이 생활에 불편을 가져오면서 김선희 대표는 농사에 매이지 않고, 자기개발을 다짐했다고 한다.
“저농약으로 복숭아를 재배하면서 소독을 자주 안 하니까 달팽이하고 같이 농사 짓다 싶이 하는데, 욕심 부리지 않고 농사짓는 만큼만 수확하면서 일해요.”

김 대표는 복숭아꽃 적과, 봉지싸기, 수확 후 판매 외에는 남편에게 일을 맡긴다고 했다. 남는 시간에 가공식품 연구에 집중해 복숭아청을 개발했다.
“청을 담그면 황도, 백도에서도 품종에 따라 빛깔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복숭아 수분이 많아서 갈변이 쉽고, 가열하면 과즙향이 떨어져서 가공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복숭아청을 개발하면서 올해 많이 판매됐어요.”

SNS에 품종에 따라 색이 다른 복숭아병을 업로드하며 소비자와 소통하기도 했다. 한손에 쥐기 쉬운 병에 담긴 복숭아청에는 여러 개의 복숭아 과육이 들어간다. 겨울에는 따뜻한 차로 먹고, 여름에는 탄산수를 넣고 얼음을 띄워 홈카페를 즐길 수 있다.
“요거트에 복숭아청을 섞어 먹는 단골이 생겼어요. 복숭아청 주고객이 여성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 고객인데 건강을 위해 매일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전통음식, 소포장해 소비 늘릴 터
그는 복숭아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폐백과 이바지음식도 소포장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음성 인삼을 수매해 만든 ‘인삼난’을 출시 예정이에요. 소량을 소포장한 선물세트인데, 접하기 편한 방법으로 포장을 연구 중입니다. 육포도 소포장해서 소비자 폭을 넓힐 생각입니다.”

자미예담은 김선희 대표의 식품 개발을 연구하는 보금자리가 됐다. 일하는 환경은 바깥에서 실내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도로가에서 복숭아를 판매했는데, 요즘은 좌판을 접었어요. 단골고객 복숭아만 선주문 받고, 나머지 복숭아는 가공식품과 연구에 쓰여요. 밭에만 있던 시간이 줄고 안에서 일하니까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도 보호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보면서 농사지을 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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