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기후변화 위기 극복하는 그린R&D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계획을 수립했다. 기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농업분야에서도 탄소저감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성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촌여성신문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 현황을 4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② 농업생태계 기후영향 예측을 위한 생물종 자동관측기술
    (농업환경부 기후변화평가과 김명현 연구사)

농업생태계 기후변화 지표생물 30종 선정
전국 6개 지점에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기후변화에 따른 지표생물종 변동 예측

▲ 기후변화가 농업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물종 자동관측․인식 시스템을 개발한 김명현 연구사.

더워지는 지구, 한반도는 더 심각
지난 106년간(1912~2017)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약 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구 평균 온난화(0.85℃)보다 그 상승세가 빠르다. 특히 겨울(+0.25℃)과 봄(+0.24℃)의 기온상승이 가장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에 의한 기온 상승과 강우일수 변화 등 기후변화는 농업부문에서 작부체계와 재배적지 변화, 병해충 발생 등을 불러와 작물의 품질과 생산성, 가축의 생산성 저하 등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킨다. 기후변화는 작물뿐만 아니라 작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다양한 생물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농업생태계 내에 살고 있는 다양한 식물의 개화시기, 곤충 출현시기, 철새 이동시기를 변화시킵니다. 현재의 기후변화 위기가 지속된다면 농업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종이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기후변화평가과 김명현 연구사는 이 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후에 따른 농업생태계 생물종 변화를 ICT(정보통신기술)·AI(인공지능)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미래농업 대응전략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기후가 농업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방법으로 연속적·정기적 모니터링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그는 강조한다.

▲ 생물종 자동관측․인식 시스템을 활용한 지표생물 변화 확인

농업생태계 지표생물 효율적 모니터링
김명현 연구사는 농업생태계의 기후영향을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먼저 기후변화에 민감한 지표생물 30종을 선정했다. 농업생태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양민들레, 냉이, 큰개불알풀, 서양금혼초, 광대나물, 꽃마리, 큰망초, 왕우렁이, 물방개, 잔물땡땡이, 애물땡땡이, 꼬마줄물방개, 물자라, 애기물방개, 남방노랑나비, 이화명나방,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노랑나비, 긴호랑거미, 기생왕거미, 각시어리왕거미, 등검은말벌, 털보말벌, 장수말벌, 황말벌, 남방폭탄먼지벌레, 폭탄먼지벌레, 홍딱지반날개, 끝무늬녹색먼지벌레 등이 그것이다.

“열거한 30종의 지표생물은 문헌과 현장조사, 전문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선정했습니다. 기후민감성, 농업생태계 상징성, 종 조사와 분류 용이성, 대중성 등이 선정기준이었죠. 이 기준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향후 시민들의 참여까지 고려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시민들이 조사연구에 참여하는 시민과학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도 전국적인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연구 참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식물 개화시기, 곤충·새 출현시기 관측
“생물종 자동 관측·인식시스템은 목표로 하는 생물의 실시간 영상을 수집하는 것으로서, 농업생태계뿐만 아니라 다른 생태계에 살고 있는 생물을 대상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농업생태계는 자연생태계와 달라 제초, 경운, 농약살포 등 인간의 간섭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농업생태계에서 생물종의 변화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물리적·화학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보면, 농업생태계의 생물종 변화는 기후변화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과 영농활동의 변화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으로 구분할 수 있죠.

논 생태계를 보면, 기후변화에 의해 논에 물을 대는 시기, 이앙하는 시기 등이 변하게 되면 논에 서식하는 다양한 수서생물들의 활동시기가 변하게 될 것입니다. 향후 이러한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과 간접적 영향을 각각 구별해 농업생태계 생물종 변화의 원인을 해석해야 합니다.”

생물종 자동관측은 식물의 개화시기, 곤충과 새의 출현시기 변화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김 연구사는 설명했다. 즉 기후변화에 의해 농업생태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물계절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12년부터 개발·구축됐는데, 크게 4개로 구분된다. 

첫째는 야외에서 영상을 수집하는 것, 둘째, 야외에서 수집된 영상을 실시간 자동으로 전송하는 것, 셋째, 전송된 영상자료를 지역별·날짜별로 저장하는 것, 넷째, 영상자료에서 식물 꽃의 개수와 곤충, 새의 개체수를 자동으로 판별하고 계수하는 것이다. 이 관측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연평균기온의 차이를 나타내는 해남, 부안, 완주, 남원, 당진, 철원 등 6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

“생물계절 변화는 기후변화를 관측하기에 좋은 소재지만, 연구자가 직접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인으로 관측하는 이 시스템의 활용은 여러 장소의 자료를 동시에 수집할 수 있어서 인력과 시간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매우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객관평가로 정책자료화 계획
현재 이 자동관측·인식 시스템을 통해 8년 이상 안정적으로 실시간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수집된 영상자료에서 생물을 인식하고 계수하는 프로그램은 곤충 3종(잔물땡땡이, 애물땡땡이, 물땡땡이), 식물 1종(서양민들레)에 대해서만 구축돼 있다. 이에 향후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보다 다양한 생물종 자동인식과 계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김명현 연구사의 목표다.

이 시스템은 최근 화두인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연구 중인 기술은 기후변화 적응에 해당되는 기술로, 현재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의 세부 추진과제에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도 기후변화가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을 5년마다 조사·평가해 결과를 공표하고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토록 하고 있어 법적으로도 수행돼야 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명현 연구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환경 영향에 대해 추후 진행해야 할 연구과제가 아직 많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축적된 빅데이터입니다. 이에 현재의 관측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며, 아울러 추가적으로 시스템의 확장과 관찰 대상 종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환경 변화와 농업생태계에 살고 있는 생물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농업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정책자료를 생산해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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