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과정서 농민단체간 의견차 커

농업농촌 위기에 결집된 모습 아쉬워

농어업회의소 설립에 관한 법이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해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법제화를 위한 농민단체의 의견수렴이 원활치 못해 보인다. 지난 2일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논의를 위한 농민단체장 간담회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농어업회의소법 정부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보완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간담회 시작부터 삐걱였다. 일부 단체장이 농어업회의소 실무추진협의회 구성과 그간의 논의 과정에 대해 태클을 걸고 나선 것. 

실무추진협의회는 농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에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회의소 설립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9개 단체가 참여해 구성됐다. 그간 실무추진협의회는 4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정부입법(안)과 의원발의(안)을 검토하며 대정부 건의안을 마련하는 등 소기의 활동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실무추진협의회 미참여 단체들이 추진협의회 구성과 그간의 회의내용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안 설명 차 간담회에 참석한 농식품부 관계자들 앞에서 농민단체들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부안 내용 중 정치적 중립, 대의원 정원, 경비 지원, 정부의 지도·감독 조항 등을 비롯해 많은 사항을 보완토록 요구해야 할 농민단체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내홍에 빠진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현재 인가된 종합·품목별로 농민단체는 수십 개나 된다. 각 단체의 특성과 설립목적에 따라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농어업회의소 설립과 법제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8년 DJ정부 시절 중앙주도의 추진과 농어업인단체간 이견 등으로 무산된 바 있고, 2010년 MB정부에서 농어업계 의견을 수용해 일부 지자체 등이 시범사업으로 농어업회의소를 운영해왔다. 올해 현재 전국에 21개의 농어업회의소가 설립·운영되고 있고, 20개 지역이 설립을 준비 중이다. 국회와 정치권의 법 제정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추진돼 19대 국회에서 여야 2개 법안, 20대 국회 3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종료로 폐기되고 말았고, 21대 국회에서는 정부안을 포함해 6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농어업회의소는 농어업계가 전체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정부와 지자체가 농정파트너로서 인정할 때 비로소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그런데 법 제정 과정에서조차 농민단체가 찬반이 엇갈리고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법제화까지의 여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설령 법이 제정되더라도 전체 농어업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우려도 된다. 물론, 각 품목과 성향이 각기 다른 단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물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소멸과 농업홀대의 현 위기 상황에서는 농어업인단체가 결집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현재 다수의 농민단체 협의체가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농민단체 스스로 그 동안 옥상옥을 만들어온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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