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의 미래가치 발견하다-스타트업 프레젠스바이오

국내 제1호 ‘농식품 벤처·창업지원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사장 박철웅)의 올해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 공모결과 역대 최고 경쟁률인 6.1:1을 기록했다. 식품분야부터 농업용 기자재, AI·데이터, 온라인플랫폼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농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본지는 농산업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조명해 본다.

▲ 심혜경 대표는 농촌진흥청 등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혈당강하 물질 환제품을 선보였다.

‘열매없는 고춧잎’ 천연원료서 혈당강하 물질 추출
간편하게 복용하는 환으로 당뇨환자·고위험군 타깃

탄수화물 흡수 더디게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수는 계속 증가세다. 2010년 200만 명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436여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간경변, 뇌졸중, 시력상실, 협심증, 발 궤양, 심근경색, 성기능 장애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코로나19 탓으로 집콕족이 늘어나며 이른바 확찐자들이 급증했고, 나날이 늘어가는 탄수화물 중독자도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당뇨병은 식단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열매없는 고춧잎에서 추출한 혈당강하 성분 ‘AGI’(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함유한 환제품 살리환을 선보인 프레젠스바이오가 이목을 끌고 있다. AGI는 탄수화물의 소화효소 활성을 억제해 식후에 급격히 혈당이 상승하는 걸 완화하는데 도움이 주는 물질로 규명됐다.

유전공학, 그중 식물병리 박사 출신인 심혜경 대표는 미국 유학 중 경험한 예방진단의학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먹는 것을 통한 병 예방에 관심이 컸던 그는 지난해 프레젠스바이오를 창업했고, 올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벤처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성장의 발판을 딛게 됐다.

“저희 제품은 소장에서 탄수화물이 당으로 분해되는 과정 중 AGI가 개입해 다당류 소화를 저해해 혈당을 조절하게 됩니다. 식전 1포로 하루 3번 섭취하면 효과를 보는 것으로 당뇨병 환자모임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에게서 피드백을 얻었습니다.”

살리환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전북대학교, ㈜고추와육종이 공동으로 진행한 ‘혈당강하 효과가 있는 AGI 고활성 잎 전용 고추 품종 육성 및 분자유전학적 연구’에 기반한다. 그래서 창업 초창기 시행착오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연구는 고춧잎에 열매를 맺지 않게 하는 대신 AGI 성분을 일반 고춧잎보다 5배 이상 고활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식단관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와 고위험군층에게 식품과 영양성분을 배합해 만든 간편식품인 케어푸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심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작년엔 자사몰에서만 판매했었는데, 처음엔 당뇨병의 부모님을 위해 구입한 자녀들이 직접 섭취해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는 걸 확인했어요. 당뇨와 비만은 사이클이 거의 유사해요. 앞으로 실버세대는 물론이고 불규칙한 식습관과 비만으로 고민하는 MZ세대, 거기다 다이어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면 확장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요.”

▲ 프레젠스바이오의 살리환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살리환은 GMO와는 완전 다른 개념으로 특정 기능성을 최대치로 올리는 배수성 육종법으로 개발한 천연원료에서 추출했다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칼슘과 비타민C, 베타카로틴 등 45종의 영양성분도 함유하고 있다고 심 대표는 밝혔다. 원료는 전북 정읍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가를 수소문해 전량 계약재배로 수급문제도 해결했다.

살리환의 강점은 기존의 식품과 의약품을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단 것이다. 프레젠스바이오 입장은 천연식품인 혈당강하고추를 섭취하면 혈당강화 효과가 미미한데다 무엇보다 매끼 섭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의사처방으로 복용하는 의약품도 있지만 가스가 차고 복통을 유발해 당뇨병 환자들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리환은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간편함의 이중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액상제품도 준비 중이다. 단 액상으로 만들었을 때 고춧잎 특유의 매운맛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도 최근 시작했다. 덕분에 운동만으론 불안하고 식단관리를 쉽지 않은 소비자들 대상으로 하면서 매출은 전년대비 2배 성장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살리환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AGI 고활성이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는 개별인정형 원료는 발굴부터 인체적용과 과학적 실험 등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된다. 심혜경 대표는 그래서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재되는 것을 장기적인 과제로 꼽았다.

“궁극적으로 식사하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해요. 천연원료로 만든 기능성제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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