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가는 결혼이민여성리더 – 우수농업부문 우수상 안운씨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을 맞아 2021년 제2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우수이민여성 발굴을 통해 이민여성의 롤 모델을 제시하고 지역별 우수 이민여성을 선발해 후계여성농업인 육성과 이민여성들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농촌활력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우수농업, 사회활동, SNS활용부문 3분야에 걸쳐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 경기 파주 안운씨는 전문 여성농업인으로 성장해 다양한 농산물가공에 나서 DMZ 사과의 명성을 잇고 있다.

DMZ사과 가공으로 판로 확대 나서
같은 이주여성 상담하며 정착 도와 

DMZ사과에 가공기술 더한 안운씨
안운씨의 명랑한 성격은 주위를 밝게 만들었다. 2008년 중국에서 경기도 파주로 온 결혼이민여성이지만 한국 농촌문화에 제대로 적응한 모습이었다. 안운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안씨 성에, 구름 운을 쓰는 외자다. 한국에서도 이름을 그대로 쓴다. 남편 이창환씨는 파주시사과연구회 회장이다. 부부는 1만3200㎡(4000평) 농지에서 DMZ사과를 재배한다.

이곳 사과는 파주시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생산과 마케팅을 활성화하고, 경기북부 사과의 연합사업 추진을 위해 DMZ사과단지를 육성하면서 DMZ사과로 알려져 있다.
“북파주농협이 운영하는 다문화여성대학 기초농업기술교육에 참여하면서 농사를 배우게 됐어요. 직업여성훈련교육에 참여하면서 요양보호사교육과 바리스타교육을 들으면서 농촌 생활을 적응해나갔죠.”
기초농업기술교육을 배우면서 안운씨는 교육생들과 고구마, 옥수수를 파종에서 수확까지 함께하며 수확한 농산물을 문산읍행정복지센터에 기증했다.

안운씨는 농사일에 적극적이었다. 남편과 함께 DMZ북파주사과작목반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며 사과재배 노하우를 배우고 농사에 접목했다. 또 파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사과가공기술을 배워 사과즙, 사과잼, 사과말랭이 제조법을 터득했다. 그녀의 내조를 통해 장마루농원에서 수확한 사과는 사과농부들 사과즙으로 판매되고 있다.
“남편 혼자 농사일하면 힘드니까 보탬이 되고 싶어 과수원에 나왔어요. 농촌에서 노동력 구하기도 어렵고, 아이들 잘 키우려면 한 해 농사 잘 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이창환씨는 농사일을 혼자 했을 때는 능률이 오르지 않았는데, 아내가 같이 해줘서 세사람 몫을 거뜬히 하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막막한 농촌생활 봉사하며 극복
중국에서도 도시에 살았던 안운씨는 한국 농촌에 오면서 밤이 무서워졌다고 한다. 밤만 되면 농촌은 칠흑 같이 어둡고,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안운씨는 적십자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수해지역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한다.
“사과농사에는 익숙해져도 농촌에 사람이 없다보니까 외로웠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아서 힘들었죠. 파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한글공부를 배우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언어와 음식이 안 맞는 상황에서 아이 양육까지 집중하느라 안운씨의 한국 정착은 곱절은 더 힘든 환경이었다고 한다. 남편의 지인들이 육아를 도와줬지만 날마다 있는 일은 아니었다.
“북파주농협에서 1:1멘토멘티 한국여성농업인과 다문화여성을 연결해줘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농업인이라는 공감대가 끈끈한 사이로 만들어줬고, 가정에 필요한 밑반찬만들기를 알려줘서 한국 문화에 스며들 수 있었죠.”

안운씨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자신감을 찾아갔다고 한다. DMZ사과의 맛을 알리기 위해 파주개성인삼축제에 참여해 농산물 직거래 부스를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했다. 축제에서 직접 사과호떡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갈고 닦은 사과가공실력을 뽐냈다. 

안운씨는 한국 음식에도 점차 적응했다. 매운 라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작업복에는 신라면과 새우깡 로고가 새겨져있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과 재배를 통해 남편과 찰떡호흡을 자랑하게 된 안운씨는 자신과 같은 입장으로 한국에 온 중국여성들에게 전화 상담을 하는 봉사를 했다.
“법무부에서 멘토로 위촉 받아서 한국에 온 중국여성에게 전화상담 봉사를 했어요. 한국에 와서 어려운점이나, 몰랐던 정보, 한국에서의 생활을 소개하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중국어로 소통했어요.”
도움이 필요한 결혼이민여성이 있다면 안운씨는 전화상담봉사에 적극 나서 한국 농촌 정착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담당자의 말 – 북파주농협 이영순 여성복지과장
"안운씨는 기분 좋은 친구"

▲ 이영순 과장

안운씨는 국적에 상관없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긍정적이고 북파주농협에서 운영하는 교육에도 적극 참여해준다. 워낙 긍정적인 친구여서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면 남편 도움 없이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북파주농협은 이갑영 조합장님이 다문화가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기초농업교육에도 참여해 이주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이주여성을 위한 사업을 늘릴 계획이다. 안운씨 같은 사례를 더욱 개발해서 이주여성이 농촌에 자리 잡고, 농업 역량을 개발해 선한 영향력을 지역에 전파할 수 있도록 북파주농협이 중간역할을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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