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11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무·배추·갓·쪽파 등은
단맛 응축돼 김장 준비
연근·우엉·돼지감자,
일 년 내내 좋은 차 재료
입동(立冬)은 11월7일 전후이며, 겨울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올해는 10월 중순에 때 이른 반짝추위가 찾아온 탓에 텃밭에 작물들이 냉해를 많이 입었다. 대부분 한창때를 보내던 오크라, 공심채, 그린빈스 등이 서리를 맞아 시들어버렸다. 예전 같으면 가을을 한창 만끽했을 시기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추위로 서둘러 양파, 적양파, 마늘씨앗을 넣고 다른 작물들도 갈무리에 들어갔다.
토마토, 가지, 고추 지지대나 끈, 비닐멀칭 등도 정리하며 텃밭 정리에 들어가는데, 몇 해 전부터 비닐멀칭을 사용하지 않으니 거둬버릴 것 없이 먹을 것들은 갈무리하고 못다 먹는 것들은 흙 속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되니 그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겨울준비에 분주해지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하고, 나무들도 겨우내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잎을 떨구며 불필요한 수분을 줄여나간다.
소설(小雪)은 11월22일 전후이며, 작은 눈, 즉 첫눈이 내린다는 뜻이다. 이 시기엔 ‘빚을 내서라도 반드시 춥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이 깊어지는 시기다. 서리라도 내리면 계절은 음성의 성질이 더욱 강해지기에 텃밭채소들은 스스로 따뜻한 양성의 힘을 만들어 추위를 이겨 나간다.
6~7℃의 기온이 2주일 동안 지속이 되면 무와 배추, 갓, 쪽파 등은 맛이 응축되며 더욱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는 보통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김장을 준비한다. 가장 늦게까지 텃밭에 남아있는 가을근대는 된장국을 끓이면 달고 깊은 맛을 낸다. 근대와 함께 김장밭을 정리하며 한 해 텃밭농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몇 해 전 텃밭에서 키운 토란을 신문지에 싸뒀다가 첫눈이 내리는 즈음 껍질째 구웠다. 포실포실한 속살이 얼마나 맛나던지…. 들깨국물을 자작자작하게 부어 뜨끈하게 끓인 ‘들깨 토란탕’은 이 계절 든든한 보양식이 돼준다. 연근이나 우엉, 돼지감자 등은 반찬으로도 좋지만 잘 말려 덖어 두면 일 년 내내 마실 수 있는 좋은 차 재료가 된다. 특히 연근차는 기침, 가래에 좋아 가정상비약으로도 손색이 없으니 이 시기에 넉넉히 준비해 덖어서 차로 만들어 둔다.
11월의 제철요리 - 연근 수제비 |
▲재료 연근 1개(300g), 애호박 1개(150g), 우리밀 통밀가루(1과 1/2컵), 표고버섯 3개, 다시마 2쪽, 물 4컵,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표고버섯가루 1큰술, 생강가루 1/2작은술, 참기름 1/2큰술, 소금 1/2작은술 ▲양념장 진간장 2큰술, 통깨 1작은술, 고춧가루 1/2작은술 ▲만드는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