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특색사업 인사이드 – 강원도 공공이불빨래방사업

어르신들이 세탁 건조기에서 막 나온 보송보송한 이불을 카트에 싣고 비닐에 포장한다. 가지런히 포장된 이불은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튿어진 곳은 없는지 이불을 살피고,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어르신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빨래방을 가득 채웠다. 

민관협치 공공이불빨래방사업, 인기 높아
일하는 어르신 활력 높고 용돈 생겨

이웃의 고독한 환경 방지
강원도 정선 희망드림 행복빨래방에는 60세 이상 어르신 24명이 근무한다. 이들은 취약계층 어르신,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정 등 직접 찾아 이불을 수거하고, 빨래방에서 세탁한다. 연말까지 세탁품목에 운동화도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빨래방은 빨래만 하지 않고 종합복지서비스가 가능한 거점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이불수거를 위해 수혜가정을 방문하면서, 말벗으로의 역할도 수행해 1인가구의 고립을 방지한다. 뿐만 아니라 수혜가정이 필요한 생필품목록을 만들어 생필품을 대신 배달해주기도 한다. 생필품 값은 수혜가정이 부담하는데, 민간기업 BGF리테일(CU편의점)의 사회공헌서비스를 연계해 시중 가격보다 40~6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수혜가정 홀로어르신은 “다리 아파서 세탁기에 옷 빨래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 이불빨래는 엄두도 못낸다”며 “이불을 수거해가서 무료로 세탁해주니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다른 지역 노인들도 우리처럼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봄으로 하나 되는 공공이불빨래방
지난 7월1일 문을 연 정선 희망드림행복빨래방은 강원도의 사회복지서비스형 일자리사업으로 보건복지부와 강원랜드희망재단, 정선시니어클럽과 민간기업 등이 협업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정부의 노인일자리 유형은 어르신들이 카페를 운영하면 경제형으로 분류돼 기본 인건비는 27만 원 지원이 전부였다. 이후 매출에 따라 수당을 더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매출을 높이려면 젊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 등 근로자의 역량이 필요하지만 어려움이 있고, 고령근로자는 체력 문제로 장기간 근무하지 못하는 애로점이 있었다.

공공이불빨래방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강원도청 청년어르신일자리과 이명순 어르신일자리팀장은 어르신들의 일하는 만족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손잡은 복지사업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지침을 개정하면서 빨래방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경제형이 아닌 서로 돌봄의 사회서비스 성격의 ‘취약계층 공익증진서비스’를 신규 사업으로 1곳당 30명까지 노인일자리를 마련했어요. 삼척과 정선의 시범사업 성과를 적극 어필하면서 인건비 지원 근거마련 설득에 성공해 신설되는 빨래방(11곳)에 국비 50%(약 10억 원)를 지원 받게 됐습니다.”

복지부는 강원도 공공빨래방사업을 노인일자리선도사업으로 지정하고, 중점협업과제의 특성을 높이 평가해 3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추가 지원했다. 이를 통해 빨래방이 늘면서 360명의 새로운 노인일자리가 생긴다. 이불빨래 혜택을 받는 가구도 약 6만6천회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마음 나누며 보람되는 일터
빨래방에서 일하는 어르신 24명은 6명씩 팀을 나눠 정선군 내 9개 읍면을 담당한다. 팀에서 2명이 빨래방에서 이불세탁을 하면 다른 2명은 이불수거를 위해 군에서 지원하는 전기차를 타고 수혜가정으로 이동한다. 다른 2명은 차량을 운행한다. 이불수거는 주3회 이뤄진다. 취약계층 공익증진서비스에 어르신들이 나서면서 약 30만 원이던 인건비가 서비스 유형에 맞춰 최대 75만 원으로 올랐다.

희망드림 행복빨래방에서 근무하는 김영자씨(64)는 일하는 기쁨을 얻으면서 나눔이 나눔을 낳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여보다는 어려운 어르신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월급 받으면 수혜 어르신 집 방문할 때 빵을 사가고, 전등도 사비로 갈아드리면서 소소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부엌에 수세미 없고 조미료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서로 보살피면서 어르신에게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봐요.”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민영숙씨(65)는 처음 수혜가정을 방문했던 때를 떠올렸다. 
“한 어르신은 이불이 까매져도 자녀들에게 맡긴다면서 문전박대하기 일쑤였어요. 7월부터 4개월 동안 매번 이불이 없다고 하면서 거부하셨죠. 어르신과 꾸준히 대화하면서 노력했더니 최근에 저희에게 이불을 주셨어요. 이제라도 마음을 열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근로 어르신들은 수혜가정의 마음을 열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거듭 말했다.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이제는 커피도 먹고 가라하고, 알밤도 따서 먹으라고 엄마처럼 챙겨준다고 했다. 
강원도 공공빨래방사업은 복지부 노인일자리 선도모델로 선정됐다. 2022년 개최되는 대한민국혁신박랍회 홍보 영상에 우수사례로 소개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 이명순 팀장은 행정안전부 적극행정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담당자의 말 – 강원도 청년어르신일자리과 이명순 어르신일자리팀장
“빨래방 사업 확대에 기업 후원 필요” 

강원도는 18개 시군이다. 이불빨래방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7개 시군이 남았다. 만약 18개 시군에 공공이불빨래방사업이 전부 시행된다면 전체 설치비 등 1년 운영예산은 125억 원 가량이다. 이중 도비는 8%며, 나머지는 국비거나 민간기업의 사회공헌이 필요하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후원업체를 끈질기게 모집했다. 작년 9월부터 민간기업에게 공공이불빨래방사업을 소개하면서 강원도의 고령화 상황과 기업들의 사회공헌에 대한 공동책임, 함께 했을 때 사회가치실현으로 정부의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점 등 왜 참여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대형세탁기를 판매하는 업체가 국내 2곳뿐이어서 경남 성주에 있는 업체를 찾아갔고, 빨래방에 세탁기 1대당 1000만 원을 기증받았다. 한국전력공사와 협의해 사회복지시설이면 전기료를 30% 감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내 사업에 접목했다. 리조트업체를 찾아가 대표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새이불 30채를 후원받았다. 

협업하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더 확대할 수 있다. 민간기업이 나눔에 참여한다면 더 많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간다. 많은 기업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도민들을 위한 복지사업 발굴에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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