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05)

# 지난 2016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용천사라는 절에 염불을 외고, 기초교리를 설명하는 ‘로봇 승려’가 등장해 세상에 커다란 화제가 됐다. 불교식 법명이 ‘센얼(賢二)’인 동자승 모양의 이 로봇 승려는, 키가 60cm 가량으로 노란색 승복을 입었고, 앞가슴에 작은 태블릿 컴퓨터 모양의 모니터를 들고 있다.

‘로봇 승려1호’인 센얼은 불경을 외기도 하고, 터치 스크린 패널로 불교교리와 수행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받기도 하고 대답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랑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면, “사랑은 스스로가 완전히 만족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강박관념입니다. 다른 사람과 당신의 문제가 충돌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일하기 싫어요!”하고 얘기하면, “굶어죽기 싫으면 열심히 일하세요!”, “죽고싶어요.”하고 말하면,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불쌍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시진핑 주석이 누구지요?” 하고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 “로봇은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하고 둘러댄다.

심지어 “마누라의 성격이 나쁜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그래도 살아야지 어떡하겠어요”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이 똘똘한 로봇 승려는 중국판 카카오톡-위챗에도 계정이 설정돼 있어 인터넷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

# 2017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사가 개발한 감정 인식 로봇 승려 ‘페퍼’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식 검은 승복을 입은 페퍼는, 북을 두드리고 불경을 외워가며 기본적인 장례식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페퍼의 장례식 대여비용은, 인간 승려를 모시는 비용보다 저렴한 5만엔(약 52만 원)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2019년에는 일본 교토의 400년 된 고찰 고다이지(高台寺)에 약(弱)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로봇 관음보살 ‘민다르(Mindar)’가 등장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키 195cm, 무게 60kg으로 머리와 손은 실리콘, 몸체는 알루미늄으로 무려 100만 달러(약12억 원)를 들여 제작된 민다르는, 인간들을 모아놓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25분간 법요식 설법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성과 어린이 목소리를 내는 민다르는, 눈에 달린 카메라로 신자들을 알아보고 합장인사를 하며, <반야심경>영상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 사찰 관계자는, “부처님과 점점 멀어져가는 현대인들의 관심을 붙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로봇 승려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젠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더 나아가서는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을 구원하는) 세상이라니~ 저 까마득한 옛날에 열반에 드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화들짝 놀라 깨어, 다시 이 사파세계로 환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