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김재수의 기승전農

"무한경쟁과 부조리․코로나로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치유농업 절실
새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길
치유농업 이제 출발점…아직은 보완점도"

최근 우리 국민은 너무나 힘들고 지쳐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나라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와 갈등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니 불만과 스트레스는 증폭된다. 걱정과 스트레스 증대는 방역행정 비판으로 이어지고 불만은 더욱 높아진다. 정신과 의사들은 ‘최근 우울증이 대폭 늘어났고, 국민 모두에게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 상황에서 치유를 통해 국민을 위로하고 힐링해 주는데 농업·농촌이 앞장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중심이 돼 치유농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치유농업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을 제정해 올해 3월부터 시행중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이끌어내고 교육과 시책을 추진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치유농업은 힐링과 치유, 도·농 화합, 건강과 휴양이라는 시대적 상황에도 부합된다. 국내에서 치유농업은 원예치료나 식물치료에서 시작됐다. 농진청은 치유농업 시행을 위한 연구와 외국 사례 조사, 현장 실증, 교육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치유농업사 자격시험도 조만간 치러진다.

치유농업은 치유(healing)와 농업(agriculture)이 합쳐진 다소 복합적 개념이다. 영어로는 ‘애그로 힐링’(agro-healing)이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에서는 그린 캐어(green care), 캐어 파밍(care farming)이라고도 하며, 녹색치유(green care), 사회적농업(social farming)과도 연관이 깊다.

자연이나 농업을 이용해 건강을 회복하는 치유농업은 중세 유럽에서는 병원에서 정원을 가꾸거나 소규모 텃밭을 조성해 환자들의 건강 회복이나 재활에 활용했다. 원예작물 재배에서 시작한 식물치료는 꽃을 재배하거나 식물을 기르면서 정신이나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곤충을 사육하거나 동물에게 먹이를 주면서 하는 재활 치료는 상당 수준 발전됐다. 음식치유나 문화활동, 숲을 거닐면서 하는 치유도 다양하다.

국내 치유농업법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유농업 추진에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치유자원이 다양하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산과 강과 하천이 많고 사계절 변화도 뚜렷하다. 누구나 쉽게 숲길을 걷고, 식물을 키우고 동물 먹이를 줄 수 있다. 음식관광이나 문화체험도 쉽게 할 수 있다. 치유의 대상이나 범위는 다양하다. 치유농업 대상도 초기에는 노약자나 장애자, 환자 등이었으나 현재는 국민 모두가 대상자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1차적 효과는 건강증진이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에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난다. 인슐린 분비기능이 47% 증가했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28% 감소했으며, 허리둘레가 평균 2㎝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치유농업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 회복을 위한 수단’이기에 효과 평가가 어려운 부문도 있다. 국내에서 치유농업의 경제적 효과는 약 3조7천억 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공공의 건강, 사회통합과 포용, 교육과 훈련, 지역개발, 심리적 효과, 자존심 고취 등을 포함하면 그 이상일 것이다.

이러한 치유농업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현대 정신의학 및 작업치료의 권위자인 미국의 벤자민 러쉬(Benjamin Rush) 박사는 원예활동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치유농업은 이제 출발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있기에 많은 부문을 보완해야 한다. 교육농장, 체험농장 운영 사례를 치유농장에 적용시켜 더 발전시켜야 한다. 치유농장 운영을 통한 농촌 소득증대도 기대된다. 국민의 휴식공간, 오락공간, 힐링공간으로서 농촌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끝없는 경쟁으로 치닫는 사회와 정치 부조리,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은 힘들고 지쳐있다. 그렇기에 국민들에게 농업·농촌을 통한 치유는 너무나 소중하다. 치유농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키자. 새정부의 핵심과제로 치유산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김 재 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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