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 ⑦ -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국립식량과학원-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 ⑦ -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벼농사 생산비 절감을 위한 재배기술 중 직파재배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농진청이 개발한 무논점파기를 이용한 이앙모습.

 

‘소비자의 믿음’이 쌀농사 지속 비결
고품질쌀을 저생산비로 생산하는게 관건
신기술 ‘톱농가’만이 FTA 앞에서 부자

 

쌀 생산비를 비교해 보면 중국이 ㎏당 190원으로 가장 낮고, 일본이 가장 높아 중국의 10배(1천973원)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9.5배, 미국의 3.7배인 1천813원이다.
세계에서 쌀값이 가장 비싼 일본의 쌀농사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나? 일본은 1999년 4월에 완전히 쌀 시장을 개방했다. 쌀 ㎏당 341엔의 관세를 붙여서 자국 소비량의 7.2%를 수입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의 최고급 쌀값은 ㎏당 644엔인데 비해 중국 쌀은 256엔으로 반값도 안 되지만 팔리는 양은 매우 미미하다. 일본 국민에게 수입쌀은 안전하지 않고 품질이 나쁜 반면에 자국 쌀은 안전하며 맛도 좋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농가가 쌀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 비결은 ‘소비자의 믿음’을 산데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쌀을 살 때 가장 큰 관심사는 예전과 달리 맛(24.7%)보다도 안전성(54.6%)에 있다. 요즘은 밥맛이 없는 쌀 사기가 옛날 밥맛 좋은 쌀을 사는 만큼 어렵다. 쌀 품종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을 덜 친다는 우렁농법 쌀과 오리농법 쌀을 선호하는 것은 안전성을 걱정해서이다.


소비자 사로잡는 쌀 만들어야
우리는 쌀을 포기할 수 없다. 쌀농사가 주업인 농가가 전체 농가의 반을 차지(50.8%)하고 농가소득의 73%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쌀농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의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외국산 쌀의 의무수입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건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은 어떻게든 생산비를 낮추고 일본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쌀을 생산하는 방법밖에 없다.
말하자면 고품질의 쌀을 적은 생산비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 고품질 쌀은 어떤 쌀인가? ‘쌀알이 맑고 균일하며, 밥맛이 좋으면서 영양가와 완전미(完全米) 비율이 높고 식품으로 안전한 쌀’이라고 농촌진흥청은 정의하고 있다.
무엇이 완전미인가? 영어로는 ‘헤드 라이스(Head rice)’라고 하는 완전미는 밥맛을 떨어뜨리는 깨진 쌀, 색이 변한 쌀, 병해충 피해를 받은 쌀, 금간 쌀, 덜 영근 쌀 등을 제외한 모양이 온전한 쌀이 90%이상인 것을 가리킨다. 우리가 생산한 쌀에 대한 완전미의 비율은 2000년만 해도 불과 57.4%였는데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07년에는 91.6%까지 높아졌다.
그럼 탑라이스(Top rice)는 무엇인가? ‘최고 쌀’이란 뜻의 전국 단위의 브랜드 이름이다. 지난해는 42개 단지에서 2천400여 농가가 농촌진흥청의 현장지도와 관리를 받으면서 생산했다. 탑라이스 생산의 요점은 최고품질 품종으로 적기에 이앙하고 질소비료를 적게 준다. 수확에 건조와 도정 등도 매우 엄격하다.

 

농진청의 엄격한 재배 메뉴얼에 따라 생산된 최고품질 쌀인 ‘탑라이스’

 

전문가가 말하는 고품질 기술은?
고품질 쌀의 생산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국립식량과학원 벼재배전문가 윤영환 박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품종과 재배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일본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다만 농가가 등한시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택, 적기 모내기, 그리고 질소비료의 과비가 흔히 범하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수확 후에는 벼의 고온 급속 건조와 톤백을 한데다 놓아두어 완전미 비율을 깎아내리고 있다. 도정과정에서는 품종이 서로 다른 쌀을 되는대로 섞어 내놓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의 쌀 농가는 질소질 비료에 극도로 인색하다. 그 이유는 고품질의 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백질 함량을 6.5%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쌀의 단백질 함량은 현재 7~8%이다. 쌀에 단백질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단백질이 많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저장기간 동안에 벼가 변하고 밥을 해놓아도 딱딱한 느낌을 준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구워놓은 쇠고기가 빨리 굳어버리는 것처럼 빨리 굳어버린다.

생산비 절감 무논점파재배법 주목
생고품질 쌀 생산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FTA 대응에 필수적인 대책은 생산비 절감이다. “다른 부분에서는 거의 기계화가 되어 생산비를 크게 줄일 항목이 없다”며 직파재배에 승산이 있다고 윤 박사는 지적하고 있다.
직파재배는 노동시간을 기계이앙보다 25.1% 절감되며, 생산비는 중묘기계이앙에 비해 7.5% 적게 든다. 다만 기계이앙보다 쌀이 7% 적게 나온다는 게 문제점이다.
직파재배의 단점은 입묘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과 잡초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벼와 함께 돋아나오는 잡초와 무엇보다도 직파 3년이 지나면 앵미가 기승을 부린다. 따라서 상당한 경험과 기술이 요구되는 재배법이라 일본의 경우에도 논 면적의 1.5%만이 직파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직파재배를 방해하는 것은 바로 승용이앙기가 많이 보급되고 기술이 보편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무논 점파기를 쓰는 직파재배법은 기존의 직파가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해 기계이앙과 같은 수량과 품질을 보이면서 노동시간과 생산비를 대폭 절감하는 새로운 기술로 주목되고 있다.

고품질 쌀 생산…‘흙’ 가꿔야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흙을 잘 가꾸는 것이 필수다. 대부분 우리나라 논흙은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이 낮다. 이 능력을 양이온교환용양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낮으면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지고 흙이 쉽게 화학적으로 변해서 벼가 자라는데 어려움이 크다. 이것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객토를 해서 찰흙 함량 15%로 높여주고 10a당 매년 볏짚 400~500㎏, 또는 보릿짚 200~300㎏을 주어야 한다. 자운영, 헤어리베치 등 녹비작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쌀 모양을 예쁘게 만들고 병충해에 강하게 해주는 규산질 비료도 중요하다. 유효 규산이 130㎎/㎏ 미만인 논에서는 반드시 시용해야 한다. 밥맛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질소비료를 9㎏/10a 이상은 주어서 안 된다. 또한 흙을 분석해서 암모니아태 질소성분이 100ppm/㎏ 이상 논에서는 질소비료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5㎏이 표준이다.
FTA 앞에서도 부자가 되는 벼농가는 새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톱 농가(Top Farmer)’에게만 해당될 뿐이다.

 

■  벼 무논점파 재배기술이란…

“노동시간·생산비 대폭 절감”

 

무논(담수)상태에서 이앙기로 골을 만들고 이앙기에 부착된 점파기(국립식량과학원 한희석 박사 개발)로 조간 30㎝, 주간 15㎝ 간격으로 한 구멍에 5~7알의 벼가 떨어지면서 덮어주는 식이다.
파종과 동시에 완효성 비료를 시비하면 수확까지 덧거름이 필요가 없다. 이 방법의 핵심장점은 본답 로터리 정지 후 4일이면 파종이 가능하고, 이앙한 것처럼 입모가 안정적이며 도복에 안전하다. 제초제는 파종 후 10일간 물을 빼고 벼 잎이 2~3잎 나왔을 때 제초제를 친다.
윤영환 박사는 10㏊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는 직파를 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지만 적어도 5년 정도는 직접 경험을 통해 감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앙기 부착 점파장치는 승용이앙기에 부착하는데 매우 가볍고 비교적 값이 싼 장점이 있다고 한다. 중모기계이앙 대비 노동력은 34.6% 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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