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 與 공익직불제 성과 vs 野 예산 홀대

▲ 5일 농식품부를 대상으로 시작된 2021년 농해수위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대선을 앞둔 여야 정쟁으로 파행을 겪었다. 대장동 피켓 좌석 배치를 이유로 여당의원이 불참한 국감장 모습.

정쟁 없던 농해수위, 올해는 여야 대립
여당 - 윤석열 후보 장모 농지법 위반 지적
야당 - 문 대통령 사저 농지 취득 거론 맞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위원장 김태흠)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2021년도 국정감사를 지난 5일 국회에서 가졌다. 상임위원회 중 정쟁이 없기로 손꼽히는 농해수위였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여야의원들은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의 좌석 앞에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라는 피켓을 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입장을 거부해 오전의 국감 일정이 파행돼 오후 2시 넘어서야 국감이 시작됐다.

질의 중에도 여당 간사인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야당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 부친 소유의 서귀포시 농지가 무단 휴경 된 점, 영농경력이 없고 농기계 보유는 없는 야당 윤석열 대선 후보 장모가 양평군에 농지를 두 차례 구입한 점을 사례로 들면서 농지법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시고성군)은 지난해 국감에서 불거졌던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부지 농지 취득 시 영농계획서와 농업경력 게재내용을 언급해 양당 간사 간의 대립이 있었다.

국감을 시작하며 김태흠 위원장은 “농업농촌 위기 시대에 이번 국감이 정책 발굴과 선도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정책의 청사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응해 농업농촌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국민 공감대 형성과 아울러 식량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고려한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는 등 신속한 현안 대응으로 농업인의 어려움 덜고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감인지라 지난 4년6개월 동안의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총정리하는 질의와 응답이 많았다.

▲ 김현수 장관은 문재인 마지막 국감에서 정부의 가장 큰 농정성과로 공익형직불제 시행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 농정, 성과는 무엇인가?
공익직불제 성과 냈지만, 사각지대 존재
쌀값 안정으로 양곡관리 정상화

‘문재인 정부의 농업 분야 성과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을 비롯해 같은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과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등이 질의했다.

김 장관은 공익직불제이라 답했고, 김승남 의원은 “문 정부의 농정 성과로 꼽히는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약 122만9000 농가에 2조3564억 원이 지급됐지만 과거에 불가피한 사유로 지급대상에서 소외됐던 실경작자들이 또다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1237건 올라온 사실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익직불금’이라며 억울하게 사각지대에 놓인 농업인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방안 마련 및 법‧제도의 보완을 요구했다.

같은당 이개호 의원 역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감임을 상기시키며 농정 중 성과가 가장 큰 정책은 공익직불제라는데 동의하며 개선방안과 소농을 위한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이에 김현수 장관은 “해결방안 모색하기 위해 현장과 자료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개호 의원은 문 정부의 성과로 쌀값의 안정도 언급했다. 수확기 쌀값이 지난해 작황 부진까지 겹쳐 21만6천 원까지 상향 안정돼 농촌경제와 사회가 변화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농가소득이 4500만 원까지 올라 추수기에 야적 시위가 사라졌고 농촌사회가 몰라보게 안정을 찾았다”며 성과를 부각하며, “양곡 행정이 정상화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올해는 작황이 좋고 소비량은 줄어들어 28만 톤가량의 과잉생산 우려가 있다”며 과잉 물량에 대한 조속한 시장격리 조치 등을 함께 촉구했다.

농식품정책 전면 개선해야
갈 길 먼 농업예산, 농민 체감도 낮은 정책

농업예산이 정부 전체예산의 3%가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은 “농업예산 3%가 2년째 무너져 아쉽다”며 “농식품부가 반성하고 이만희 의원과 맹성규 의원이 예결위 간사니 절호의 기회로 농식품부가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점식 의원 역시 전체예산 대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비중이 2.8%로 역대 최저라며 질타했다. 국가 전체예산 대비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6%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감소해왔다. 2018년 3.4%, 2019년 3.1%, 2020년 3.1%로 줄어들었고, 2021년 2.9%로 예산 편성 이래 처음으로 2%대로 떨어진 이후 내년도 예산안은 2.8%로 역대 최저다.

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갈수록 줄어드는 농업예산과 농가소득을 걱정하며,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차인 현재 농업홀대와 농업 무시라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한 농업 현장의 분위기는 불신과 분노로 넘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의원은 “지금 우리 농민들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농식품 바우처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사업 등 3대 먹거리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며 홀대받은 농업예산을 대폭 증액하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위원장도 농업예산 문제를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농업예산 홀대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와 아울러 농식품부도 문제가 있다.”며 “우는 아이 더 준다고 기재부 설득과 대통령도 설득할 수 있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농식품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산 농수산물 소비책 기반 마련하라
과일간식 ·임산부꾸러미사업, 군급식 중요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도 국회 비준만 남은 16개국이 참가하는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국내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제도적 기반의 국내 농산물 소비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어 의원은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사업 등을 예산에서 꼭 챙기고, FTA 폐업지원책과 피해보전직불제 등 일몰사업을 보완하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본 사업 진입이 어려우면 시범사업으로 계속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은 군 급식 내 국내 농수산물 소비촉진과 조달체계를 언급했다. 윤 의원은 “국방부가 부실급식 문제를 핑계로 장병 급식체계를 공개 경쟁체제로 전환한다는데 지난 5년간 품질문제로 반품된 것은 단 1건이다”며 “공개 경쟁체제로의 전환은 곧 가격문제로 귀결돼 저가 수입 농수축산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윤 의원은 “국방부가 우이독경 식인데 국산 농산물로 자란 우리 장병들이 수입농산물 밥상을 받는다는 자체가 장병 건강을 위해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장관은 “국내산, 지역산 등의 우선 구매 원칙 가이드라인이 전달됐고, 국방부 실무자와 논의를 하고 있다”며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청년농 정책 과감히 시행해야
귀농귀촌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이뤄야

농촌의 정주여건 개선과 삶의 질 개선의 방향도 국감의 주요 의제였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인천 남동구갑)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귀농귀촌활성화가 중요한데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냐”고 질의했다. 맹 의원은 “귀촌 사유는 직장 주택 가족 순으로 꼭 농공단지 첨단스마트사업이 아니더라고 기업 유치로 정주여건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청년의 영농정착지원사업의 개선도 주문했다. 영농정착지원사업과 연계한 주택지원사업으로 5만6000개의 농촌빈집을 활용하고 유기적 연계로 원스톱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김 장관은 “농식품부의 정책방안도 같다”며 “매끄럽게 연계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동물 보호문제 국감서 부상
올해 국감에선 동물보호에 관한 질의가 유난히 많았다.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동물구조단체 라이프의 영상을 국감장에서 틀면서 식용개 농장에서 진돗개 9마리가 발견된 것을 문제 삼았다. 진돗개 보호육성법은 농식품부가 소관 부처다. 최 의원은 “진돗개는 국견인데 보신탕집 사육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은 심각하다”며 국견에 대한 보호와 육성을 요구했다.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동물용 의약품거래가 이커머스에서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동물의약품을 쉽게 해외직구로 살 수 있고 불량 사료나 영양제 보조제 등의 단속도 필요하다며 동물보호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마련 방안에 대해 질의했다.

김 장관은 “동물 의약법 불법거래 차단에 대해 동의한다”며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위상 정립하라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은 김치가 아직도 파오차이로 표기된 한식진흥원 표기 오류의 심각성을 질타했다. 한식진흥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외식산업 홈페이지에서 김치의 표기를 ’파오차이(泡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양수 의원은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아직도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으면서 국민에게 중국 문화공정에 대항하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면서, “오표기된 것들을 하루빨리 시정하고, 국민정서와 정부지침을 무시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7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개정을 통해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농식품부가 2013년에 개발한 ‘신치(辛奇)’로 변경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조치했다.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은 “김치의 수입량이 전체 소비량의 60%인데 이는 국산 김치 가격의 1/3에 불과한 가격 때문”이라며,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김치 전문 생산단지 조성으로 생산비의 30%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댜.

김 장관은 “김치 원료 공급단지가 내년 예산에 반영돼 있다”고 답변했다.

무엇보다 총제적으로 농촌 현실을 진단하고 평가한 더불어민주당의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은 국감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서삼석 의원은 국감을 준비하며 농촌주민 1500명을 직접 설문 조사한 현장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농산어촌의 소멸 위기에서 코로나로 더 큰 피해를 받고 있고, 수확기 쌀값 하락 걱정도 발등에 떨어진 게 농어촌의 현실”이라 진단하며 “농업은 생명산업이라, 쌀 산업은 안보산업이라 하는데 예산을 보면 갈 길이 멀다”고 일침을 가했다. 설문조사 결과 “결론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답이었다. 공익형직불제 말고는...”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행인 것은 농촌생활과 주거환경은 만족도가 무난하게 나왔지만 노력 정도가 낮게 평가됐다”며 “현장 농민 의견이니 농식품 전략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총괄적인 평가를 했다.

김현수 장관은 “정책개선에 더 노력하고 알려지지 않은 성과는 홍보해서 정책 체감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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