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지역농정에서 여성의 힘을...

▲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내년 동시지방선거를 만 1년 앞둔 지난 6월1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을 위한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농촌여성의 정치 참여, ‘농업과 여성’ 우군 확보

내년 6월1일은 전국 동시 제8회 지방선거일이다. 민선 7기의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 광역과 기초의회 의원들을 선출하게 된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지역구 여성 의원의 비율은 1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다.현재 지역구 광역의원의 여성비율은 13.3%, 기초의원 조차 여성은 20.7%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선거 부활 후 지난 30년 동안, 국회·기초의회와 광역의회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순번제 의무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에 30% 여성할당 노력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왔지만 여전히 여성 정치참여는 저조한 게 현실이다.  
김은주 여성정치연구소장은 “여성의 저조한 대표성은 여성문제이기 이전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위기적 징후”라고 일침했다. 

▲ 광역·기초 지방의회선거 당선인 성별현황

기초의회는 생활정치
기초의원은 지역일꾼

특히 우리가 사는 시·군의 살림살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기초의원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기초의원은 시·군의 사업 과정에 참여해 사업 규모와 예산을 평가하고 지자체장의 정책을 평가하며 조례를 만드는 일을 한다. 즉 생활정치를 펼치기에 지역 여성들의 역할이 많다. 또 여성, 특히 농업을 잘 아는 농촌여성의 지역의 정치참여는 농업과 여성 부분에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 예로 지난 2018년 7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8대 양평군의회에 진출한 윤순옥 의원(전 한국생활개선양평군연합회장)의 활동사례는 농촌여성의 정치 참여가 농촌과 여성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윤순옥 의원은 농촌여성과 청년에 관심을 집중해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공유농장과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임대주택사업을 군에 제안해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농촌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8개 분과, 3년 과정의 전문 자격증반 교육 예산을 확보해 창업까지 지원하는 예산을 통과시켰다. 농촌여성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생활밀착형 예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성농업인 출신 의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김명숙 의원은 선출직으로 청양군 기초의원에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고, 현재는 충남도의원으로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풍요로운 삶, 여성의 정치 참여로 이룬다

여성운동의 중요한 의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 

기초·광역 여성의원 증가는
생활정치에서의
여성 대표성 제고에 영향

여성 정치 참여는
여성공천 확대와 직결

▲ 양평군의회 윤순옥 의원

양평군의회 윤순옥 의원은 여성의 기초의회 참여에 대해 “여성은 섬세함과 배려심으로 지역 주민에 다가가기 쉽고 주민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민원사항을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평했다. 윤 의원의 활약에 힘입어 양평군에선 내년 선거에 대비해 비례·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윤순옥 의원 역시 “내년 선거에 선출직에 도전하겠다”며 “농촌여성을 위한 좀 더 실용적인 사업을 발굴하고 예산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행복한 양평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남 청양군의 선출직 재선의원의 경력으로 현재는 충남도 농수산해양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명숙 의원은 여성정치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명숙 의원은 청양의 최초 선출직 여성의원으로 어떤 정책이든 주민에 투명하게 공개돼 토론하고 검증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치에 있어 여성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합리적이며 공약을 우선하며 원칙을 지키려는 용기가 있다”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게 지방자치의 핵심이고 결국 우리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숙 의원은 도의회에서 디지털시대의 농촌지역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마을공동체미디어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고, 충남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전을 위한 지원 조례안, 기후변화 대비 작물 육성과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을 발의하며 충남농업을 이끌 혁신과제를 잘 짚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10일 열린 농특위 여성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김명숙 의원은 “여성농업인에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사업 발굴에 힘쓰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지역에서의 기초와 광역 여성의원의 증가는 생활정치 영역에서 실질적 여성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력 지속성 차원에서 향후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에 진출할 후보군의 확대란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제8회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정춘숙 의원)는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추진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춘숙 의원은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 더 많은 국민을 대변하고,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힘써야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는 여성운동의 가장 뜨거운 의제였다. 그 결과 여성할당제를 비롯해 여성후보추천보조금제도, 여성정치 발전기금 등의 제도적 장치만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의 여성후보가산점제, 당헌당규의 성평등 정치와 여성할당 규정 명문화 등의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는 여성의제만을 공약으로 내건 여성의당이 창당돼 제21대 총선과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참여했다. 
정춘숙 의원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할 수 있는 법 제도의 개선이 몇 차례 이뤄졌지만 아직도 여성정치인의 증가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며 “지자체와 의회에 여성을 진입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의 정치참여 현실은? 
공천 여부에 달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조사 결과 여성의 정치 참여에 가장 중요한 점은 공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와 높은 당선 가능성이 있어야 공천을 받을 수 있고, 각 정당의 공천심사위원회는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을 공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광역과 기초의회 모두 정당공천제를 운영하고 있어 정당의 여성공천 확대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로 이어진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역시 지난 6월1일에 대토론회로 향후 여성계가 나아가야 할 여성의 정치 참여확대 방향을 정립했다. 이 자리에서 양금희 의원은 “여성 30% 공천 의무화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되도록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즉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의 지역구의원 여성공천할당제를 ‘권고’ 조항에서 ‘의무’ 조항으로 강제하고, 그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의 법제화 방안이 제시됐다. 이행 강제수단으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여성공천할당제와 같이 지역구 여성공천할당 30%를 지키지 않은 정당의 후보자 명단 등록 무효화  등이 주장됐다.

또 이와 함께 정당법에서도 선출직 동등참여 등에 관한 정당의 책무를 강조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각 정당이 선출직 동등참여 등을 실행할 방안을 자율적으로 설계해 이를 각 당의 당헌·당규에 명시하자는 제안이다. 

여성할당제, 젠더갈등 확산
무엇보다 남녀 동등참여의 실현을 위해 좀 더 본질적으로 지방선거를 위한 전체 여성후보자 군의 확대도 바람직한 일이다. 반짝 신인 정치인이 아닌 다선의 여성의원의 배출을 위해선 본인의 노력에 정당의 노력과 이를 지지하는 지역민과 도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암초도 존재한다. 여성할당제가 젠더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도 눈에 띈다. 주요 논쟁의 핵심은 여성할당제가 남성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앗아간다는 역차별 의견이다. 여성할당제로 인한 이런 인식의 차이를 좁혀나가며 남성과 여성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한 법제화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치의 여성참여,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촌 지역 여성의 생활정치 참여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농업농촌을 실현해 나갈 방안의 적극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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